[브릿지 칼럼] 차량용 비상망치 설치 의무화해야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입력일 2018-12-19 15:28 수정일 2018-12-19 15:29 발행일 2018-12-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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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차량 내 소화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현재 7인승 이상 자동차에 소화기 설치를 의무화 하고는 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겨진 사례는 찾기 힘들다. 이번에 권익위는 5인승 이상 자동차에도 소화기를 설치하도록 권장했다. 대부분의 자동차가 해당되는 것이다. 이 주장은 충분히 납득 가능하고 타당하지만, 기존 7인승 자동차의 소화기 비치 의무화를 비롯해 교육적인 부분을 강화하는 데에도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운전면허 취득 시 단 13시간의 교육을 시행하는 우리나라의 현행 제도 안에서 교육 강화는 불가능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5인승 자동차에 소화기 설치가 의무화가 될 경우, 차량을 설계하는 메이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딜러들이 신차를 판매할 때 인증된 소화기를 끼워주는 형태로 제도가 추진될 전망이다. 딜러들은 신차를 판매할 때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기 때문에 2만~3만원 가량의 소화기를 패키지에 포함시켜도 그리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5000건 이상의 차량화재가 발생한다. 매일 13~14건의 차량 화재가 발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현실에도 우리는 차량 화재가 발생하면 소화기가 없어 구경만 하는 상황에 처하곤 한다. 이번 여름 BMW 차량화재 사건으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다.

차량용 소화기의 의무 비치와 함께 위급상황 발생 시 차량 유리를 깨는 비상망치 의무 설치도 법제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버스의 경우 대부분 비상구가 없기 때문에 사고 발생 후 문이 열리지 않으면 비상망치로 탈출구를 만들어야 한다. 차량이 강이나 바다에 빠지거나 홍수로 인해 침수하면 비상망치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차량 내부에 물이 들어오면 발이나 다른 도구로 유리를 깨기는 어려운 만큼 비상망치는 중요한 생명 도구가 될 수 있다. 비상망치 뒤에는 칼날이나 가위가 붙어 있어 차가 전복된 상태에서 꼬여있는 안전띠를 끊기에도 용이하다. 가격은 단 1만원에 불과하다. 소모품도 아니기 때문에 한 번 구매하면 평생을 운전석 주변에 놓고 사용할 수 있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생명을 지킬 수 있는 ‘효과 만점’ 도구인 것이다.

자동차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지는 않지만, 단 한번의 방심이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만큼 비상망치의 비치 의무화는 더욱 촉구돼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비상망치가 의무장비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차량용 소화기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BMW 차량화재 사례와 같이 동기부여 없이는 선제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우리나라의 특성에 비춰보면 더욱 그렇다.

우리는 항상 큰 사고가 발생하면 그제서야 한바탕 혼란을 겪은 뒤 땜질식으로 처방하는 악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그리고 얼마 지나면 금방 잊어버리곤 한다. 한국은 연간 4000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나라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안전불감증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생각의 전환을 통해 사전에 안전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하루빨리 차량 내 비상망치 설치 의무화가 논의되길 바란다. 필자의 차량 운전석 옆에도 약 20년 전 구입한 비상망치가 놓여져 있다. 항상 마음이 든든하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