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IT 코리아, 화재로 길을 잃다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입력일 2018-12-05 16:24 수정일 2018-12-05 16:25 발행일 2018-12-06 23면
인쇄아이콘
2018120501010003058_p1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5세대 이동통신망 서비스가 가시화 되고 있다. 통신 속도가 기존보다 수백배 빨라졌다. 통신속도의 획기적인 증가로 자율주행, 가상현실, 스마트 공장 등의 4차 산업분야에 큰 발전이 기대된다. 관련 서비스가 개발되면 내년에라도 소비자들이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전통산업의 구조 개편이 과제로 다가온 시점에서 획기적인 기술혁신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일이 시작되는 데, 기초적인 사고가 전화국에서 발생돼 걱정이 앞선다. 서울 아현 한국통신 지하 통신구에서 난 화재다.

지중화된 통신선로는 우리들 눈에 매일 보이지 않지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일반인의 생활에 큰 불편을 주게 마련이다. 상가에서는 신용카드 결제가 안 돼 매출이 뚝 떨어졌다. 대학교에서는 출입문이 안열리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출석도 못 불렀다. 인터넷과 무선통신에 우리의 생활이 얼마나 의존하는 지를 알게 되는 좋은 계기였다. 앞으로 의존은 더 심화될 것이다. 청와대의 지휘통신망도 일부 문제가 있었다는 보도가 있어 국가안보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었다.

당장 급히 복구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조용히 지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망의 설계, 관리, 운용 방식에 대해 대대적인 정비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유사사고는 계속 발생된다. 길가에 노출된 무선 중계기를 보면 ‘저기 물 한 바가지만 부으면 끝인데 저렇게 노출해도 괜찮을까’ 걱정이 앞선다. 통신망에 대한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방지책을 강화해야 된다. 일부 구간이 파손되더라도 빨리 복구할 수 있는 모듈화 방식으로 건설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전투기의 경우 한 부분이 고장나거나 파손되면 분해해서 추가부품으로 바꾸고 조립하지 않는다. 문제 있는 유닛을 현장에서 통째로 갈아 끼면 바로 고쳐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정비의 용이성을 극대화 하는 개념이다. 통신망도 이런 방식으로의 건설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화재, 지진, 수해 등의 각종 사고를 줄이기 위한 방호능력의 획기적인 보강이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회사간 통신망 공유도 시급하다. 사고난 KT 말고 다른 통신회사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거다. 경제적, 기술적인 이유로 비상시에도 서로 망을 공유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른 회사의 서비스를 처리하는 경우 갑자기 트래픽이 많아져 기존 서비스가 제한을 받으므로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들끼리 협력이 어렵다. 정부가 개입해 최소한의 서비스나 특정 긴급가입자는 바이패스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업자들끼리 아무리 경쟁하더라고 서로 상부상조하는 것이 상도의이다.

일부의 망이 나가더라도 일정기간은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더 필요하다. 로컬 메모리 기능을 강화해 중앙과 교신하지 않더라도 운영할 수 있는 백업 및 로컬 운영체제의 강화가 시급하다. 인터넷 의존성을 줄이는 설계가 필요한 것이다. 안전도를 높이는 데 비용 투자는 필수적이다. 정부, 기업, 소비자 모두가 인식을 공유하고 공동 분담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