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대기업과 벤처 협력이 신성장동력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입력일 2018-11-15 15:30 수정일 2018-11-15 15:31 발행일 2018-11-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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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선한 대기업과 혁신·벤처기업의 협력이 신성장동력이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위험도가 낮거나 중간정도인 기술프로젝트에 참여해 온 반면 오늘날 벤처·스타트업들은 어차피 절박한 만큼 혁신적인 기술에 탁월함을 보여야 하고 또 보이는 벤처가 상당수 있다. 그래서 대기업들이 선한 마음으로 혁신 스타트업들을 지원하며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 성공을 향해 협력한다면 대박을 터트릴 가능성이 높다. 과거처럼 대기업들이 혁신·벤처기업들을 잔꾀를 써서 잡아먹거나 싼값에 흡수하려는 풍토는 극복돼야 한다.

최근 ‘바이오벤처가 만든 신약후보물질을 유한양행이 쏘아올렸다’는 소식은 온 국민이 기뻐할 일이다. 지난 5일 유한양행이 다국적제약사인 얀센과 폐암치료신약후보물질인 ‘레이저티닙’공동개발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1조3400억원이라는 기술 수출규모보다 전통제약사와 바이오벤처의 상생이다.

유한양행은 기술수출료와 별도로 상업화 이후에 매출규모에 따라 두 자릿수 경상기술료를 지급받는다. 유한양행이 얀센으로부터 기술수출료와 경상기술료를 받으면 40%를 오스코텍과 제노스코에 배분하게 된다.

유한양행이 국내바이오벤처인 오스코텍의 미국자회사인 제노스코에서 레이저티닙을 15억원에 사들인 건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문을 연 오스코텍은 연구중심회사로 단국대 치과대학벤처로 시작했다. 치과용 뼈이식재를 기반으로 성장해서 2007년 코스닥에 상장까지 했지만 직원수는 35명에 불과했다. 미국 자회사인 제노스코가 레이저티닙이란 신물질을 개발했지만 신약개발과정에서 필수코스인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유한양행은 지분참여 등을 통해 제노스코에 68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기반으로 오스코텍은 레이저티닙의 국내임상시험을 진행했고 드디어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유한양행과 오스코텍 두 회사의 협업과 개방인 ‘오픈이노베이션’이 이번 기술수출로 이어진 것이다.

유한양행의 설립자 고 유일한 박사(1895~1971)는 가난한 유학생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공인형 CEO’였다. 기업을 경영하며 얻은 수익을 인재양성과 교육사업에 투자했고 세상을 떠나며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창업자의 철학과 유지를 받들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오고 있는 유한양행의 쾌거인 만큼 국민들의 기쁨 또한 클 것이다.

이와는 다르게 최근 삼성그룹의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거래가 정지된 것은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증권선물위원회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과정에서 고의로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고 판단하고 거래정지 처분을 내렸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의원이 지난 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분식회계 증거라며 삼성바이오 내부문건을 공개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고의로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고 금융당국이 최종판단하게 되면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까지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에너지기업 엔론은 분식회계로 CEO가 징역 24년을 판결받았다. 전통적인 제약사의 오픈이노베이션과 분식회계논란. 아직까지 한국기업이 겪는 두 얼굴인 것인가.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