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죽기 전에 버려선 안 될 것

김경철 엑티브시니어연구원장
입력일 2018-11-18 14:17 수정일 2018-11-18 14:20 발행일 2018-11-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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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엑티브시니어연구원장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이라는 고은 시인의 짧은 시가 있다. 앞만 보고 달려온 베이비붐 세대의 심경을 대변하고 있다. 정상을 향해 달리다 보면 정말 소중한 것들을 많이 놓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자기 자신을 잊고 산다. 이 시에서 그 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인생 2막은 잊었던 자신을 되찾아 자신의 삶을 사는 시기이다. 먼저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잘 이해해야 한다.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어제보다 더 나은 최선의 나를 만들어 간다.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잘 알고 이해하면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첫째,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인한다.

은퇴와 함께 ‘나는 누구인가’라는 느닷없는 질문을 받게 되면서 제2의 사춘기가 시작된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기 위하여 치르는 일종의 성장통이다. 수명이 늘어 한 번 더 살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는데 이 정도 홍역이야 감지덕지다. 그냥 지나가면 자기가 원하는 인생 2막을 설계할 수 없다. 혜민 스님은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고 하였다. 도보여행이나 템플스테이도 좋다. 혼자만의 고독한 내면 여행을 떠나보자. 어릴 적 자신을 돌아보고. 친구도 만나보라. 자서전도 써 보라.

둘째,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

진정한 사랑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데서 시작한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타인을 사랑할 수 있을까? 그간 타인과 비교하면서 자신을 가장 미워해 왔다. 자신을 미워하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모두 자신의 선택이다. 그동안 고생한 자신에게 상을 수여하자. 선물도 주자.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나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멋진 사람’이라는 자기 최면도 해보자. 방탄소년단은 ‘러브 유어 셀프’(LOVE YOURSELF) 앨범을 발매해 세계로부터 공감을 받았다. UN에도 초청돼 연설까지 했다.

셋째, 자기 자신의 장점이나 강점을 찾자.

은퇴 전에는 대개 자신의 약점 보완에 치중하였다. 미국 UCLA대학에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자기의 약점과 강점을 적게 하였더니 약점의 개수가 무려 6배가 많았다고 한다. 약점 보완만으론 최선의 내가 될 수 없다. 이젠 자신의 장점이나 남보다 우세한 강점을 발휘해야 한다. 나태주 시인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란 시가 있다. 여기에서 너도 바로 나 자신이다. 타인에게 신경 쓰느라 정작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자신의 숨은 잠재역량을 찾아보자.

마지막으로,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 나이가 들면 쉽게 상처받고, 서운한 일이 많아진다. 자주 우울해진다. 우리나라 노인자살률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다. 설령 내가 무언가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변함없이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노년기엔 특히 중요하다. 정체성이 확립되고 장점과 강점을 알게 되면 자존감은 저절로 생긴다. 웬만한 비난이나 시비에도 상처받지 않고, 담담해질 수 있다.

서강대 최진석 교수는 ‘자신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이란 인문학 특강에서 죽기 전에 버려서는 결코 안 될 두 가지로, 자기 자신에 대한 ‘무한 신뢰와 사랑’을 꼽았다. 노자는 “자신을 천하만큼 사랑하는 사람에게 천하를 맡긴다”고 했다.

김경철 엑티브시니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