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시 부양카드, 이게 다인가

이정윤 기자
입력일 2018-10-31 17:04 수정일 2018-10-31 17:04 발행일 2018-11-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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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금융증권부 기자

10월에 가장 많이 쓰인 말은 ‘미중 무역분쟁’, ‘코스피’, ‘연저점’, ‘붕괴’ 쯤으로 추려볼 수 있겠다. 미중 무역분쟁 악화, 미국 금리 인상 우려, 미국 기업 실적 둔화 등으로 미국 뉴욕증시가 폭락하며 한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가 일제히 가라앉았다. 올해 뿌려놓은 것들을 한창 수확해야 할 가을에 때 아닌 겨울을 맞게 된 셈이다.

코스피는 13% 넘게 급락했고 코스닥지수는 19%나 떨어졌다. 증시 하락으로 이달에만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261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이다. 최근 국내 증시의 급락세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와 맞먹는 수준이다. 실제로 이달 코스피 하락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높다.

이 같은 상황에 한국 증시는 매력이 없는 투자처로 전락해 외국인은 연일 ‘셀코리아’ 행보를 보였다. 외국인들은 이달 4조5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우며 5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주가 급락세가 연일 계속되자 증시 안정 자금으로 5000억원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발표 날 코스피는 2000선이 붕괴됐다. 22개월만의 일이다. 다시 말해, 당국의 대책이 증시 안정에 전혀 효과가 없었단 얘기다. 이후 정부는 위기 시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 비상계획)을 가동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 또한 새롭거나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뒤늦게나마 금융당국이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 정도론 부족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꺼져버린 주식 시장을 되살려 달라는 개미들의 아우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더 이상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는 말로는 성난 투자자를 달랠 수 없다. 당국은 투자자들이 다시 발길을 돌릴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마련을 위해 이젠 팔짱을 풀고 뛰어야 할 때다.

이정윤 금융증권부 기자  jyo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