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원 칼럼] 내성 생긴 부동산 시장, 집값 잡힐까?

권순원 CRM부동산연구소 소장
입력일 2018-09-17 07:00 수정일 2018-09-17 07:00 발행일 2018-09-1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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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원 CRM부동산연구소 소장
권순원 CRM부동산연구소 소장

정부가 고삐 풀린 집값을 잡기 위해 ‘9·13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세금부터 대출 규제까지 총망라한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으로 꼽힌다. 이번 대책은 수요자들에게 민감한 종부세와 양도세, 대출, 금리, 임대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해 실거주 목적이 아닌 이유로 집을 사려는 수요를 억제하려는 데 있다. 투기를 통해 부를 창출하는 걸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8·27 부동산대책이 나온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종합세트’라는 이름으로 대책이 발표됐다. 대책 약발이 다하면 집값이 오르고, 집값이 오르면 또 다른 대책이 나오는 사후약방문 대응으로는 고질적인 집값 불안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이번 대책은 1주택자를 제외하고는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금지나 종합부동산세 최고 2~3배 인상 등 시장이 예상했던 강도를 넘어섰다. 일부에서는 충격적이라는 표현도 한다.

그러나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안정될지는 미지수다. 1년여간 대책을 여덟 번 발표하면서 정책에 대한 불신과 내성만 키웠기 때문이다.

작년에 나왔던 규제 종합세트라고 불린 8·2 대책 이후에도 서울 집값이 16.4%나 올랐다. 규제가 오히려 집값을 부추긴 결과이다. 이쯤 되면 규제만으로 시장을 못 이긴다는 것이 증명 됐다. 9·13대책이 시장에 어느 정도 충격을 줬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당장은 추격 매수가 주춤해지고 숨 고르기가 이어질 것이다. 단기 고점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과 수도권에서 경계심리가 작동해 집값 상승세는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에서부터 집값 하락 움직임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신버블 지역으로 불리며 강북 집값 상승세를 견인했던 서울 노원구와 도봉구, 강북구의 상승세를 주목해 보자. 노·도·강이 상승하면 부동산시장은 한 사이클이 돌았다고 본다. 이들 지역은 지난 노무현 정부 때 과열된 서울 부동산시장의 마지막 수혜지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다음은 어디일까.

강남권은 갈수록 수급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규제만으로 강남 집값 잡기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단순히 거래량만으로 집값 추이를 예단하기 어렵다. 그동안 매물이 없어 호가가 실거래가가 되고, 극소수의 거래량이 시세를 만들면서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거래량이 줄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속설도 깨졌다.

이번 대책으로 다주택자들이 다시 ‘버티기’에 들어간다면 매물 잠김 현상은 심화될 수 있다. 결국 시중에 매물이 없으니 거래량이 줄어도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강남권은 이미 팔 사람은 다 팔고 가격도 오를 대로 오른 상황이다. 오히려 대출규제로 강남 지역으로 신규 진입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 9·13 대책이 과연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 시장의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권순원 CRM부동산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