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용산 미군기지에 신혼부부 임대아파트를

이계안 2.1연구소 이사장 (제17대 국회의원, 전 현대자동차 사장)
입력일 2018-09-12 13:00 수정일 2018-09-12 13:00 발행일 2018-09-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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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안
이계안 2.1연구소 이사장 (제17대 국회의원, 전 현대자동차 사장)

“그리워하지 않는 것일 테지, 무엇이 멀리 있다는 것인가?”

“산앵두나무 꽃이 팔랑이다가 뒤집히고 있네. 어찌 그대를 그리워하지 않으리. 그대의 집이 멀 뿐이다”라고 한 말에 공자께서 댓구로 하신 말씀이다.

생각해보면 공자 말씀이 어찌 그리움에 대한 것뿐이겠는가? 폭염, 폭풍, 폭우에 더하여 (아파트 가격의) 폭등까지, ‘폭’자가 시민, 특히 젊은이들로부터 삶의 희망을 앗아가 급기야는 합계출산율이 영(零)점 이하가 된 마당에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애절함도 절박함도 안보인다.

2018년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이 드디어 1.0 이하로 떨어질 것이 거의 확실시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이 1명 근처까지 떨어진 것은 벌써 2000년대 초반의 일이다. 그래도 1명이 무너지진 않았었다. 이제 1명 선도 무너져 0.9대까지 주저앉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출산 정책은 완전히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30년을 인구 반감기로 따져보면 앞으로 100년 안에 인구 500만 명의 초소형 국가로 전락한다. 200년 후쯤에는 한반도에 우리 민족이 완전히 멸종될 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합계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 젊은이들만 야단할 일이 아니다. 실상 그 모든 것은 우리 기성세대들의 잘못에서 비롯한다. 기성세대들이 집값을 다 올려놓으니 젊은이들은 들어가 살 집이 없다. 치열한 경쟁 사회로 내몰리다 보니 쓸만한 일자리를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신혼집을 구하지 못하고 일자리를 잡지 못하는데 어떻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라는 것인지.

집값 폭등을 바로잡는 것이 그렇게 애절하고 절박하다면, 나라가 쓸 수 있는 최고의 인재와 가장 아끼는 물자를 과감히 내놓아야 한다. 잠 못 이루는 장관이 나서서 직장에서 2시간은 족히 가야하는 곳에 집을 지어 주겠다고 해서 될 법한 일은 이미 넘어섰다. 젊은이에게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역사박물관과 생태공원을 만들어 역사의 상징조작의 장으로 하겠다는 구 용산 미군기지를 신혼부부들을 위한 임대아파트 단지로 내놓겠다는 정도의 혁명적 조치가 필요하다.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은 국가가 나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살 집을 마련해주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미군이 떠난 용산기지는 348만㎡의 대규모인데다 서울 중심부에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지금 결혼 적령기에 있는 청년들이 연 40만명 정도라고 하면 20만 쌍의 젊은이들이 결혼 대상이 된다. 여기에 수도권 인구 비율 40%를 적용하면 연 8만 호 정도의 신혼주택이 필요하다. 신혼부부가 전세금이라도 모을 시간이 5년 정도 필요하다고 보면, 매년 8만 호의 임대주택을 5년 동안만 지어나가면 된다. 용산의 부지 규모를 감안하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철도 역사 주변 부지나 일터에서 2시간 떨어진 부지에 집을 지어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용산 부지를 제공하는 정도의 혁명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2.1명의 합계출산율을 회복하는 나라로 거듭나게 하는 길이다.

이계안 2.1연구소 이사장 (제17대 국회의원, 전 현대자동차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