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금메달 병역특례'는 옳은가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입력일 2018-09-03 15:34 수정일 2018-09-03 15:35 발행일 2018-09-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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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병역법상 병역기피는 더더구나 아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들의 병역혜택에 대한 논란이다. 과거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는 찾아볼수 없었던 현상이다. 병역특례를 위해 대체복무를 마다하고 입영을 늦게까지 연기한 몇몇 선수들에 대한 극심한 비난을 비롯해 아마추어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에 월등한 실력을 갖춘 프로선수들이 출전해 누리는 병역면제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체육인 병역특례를 없애달라는 청와대 청원도 등장했다.

다른 비인기 종목에 비해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축구, 야구 출전 선수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몰리는 이유는 어렵지 않다. 한국과 일본, 대만 외에 경쟁자가 없는 야구종목의 경우 사회인야구, 실업선수가 주축이 된 일본, 대만과 달리 우리는 최정예 멤버들을 전면 배치했다. 병역미필자의 상황을 고려한 선수 선발이었다. 우리 ‘프로야구’ 대표팀은 다른 종목과 비교할 때 비교적 손쉽게, 아니 정확히 표현해서 애당초 예정됐던 금메달을 따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정한 A매치가 아닌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은 23세 이하의 기존 멤버에 손흥민 등 월드컵 주전선수들을 와일드카드까지 동원해 구성했다. 우리와 달리 결승전 상대인 일본은 2020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 21세 이하로 팀을 구성했다. 객관적인 전력 차이가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결승전에서 연장전 졸전 끝에 일본에 겨우 승리한 우리 축구대표팀이 누리는 혜택에 많은 이들의 고개가 갸우뚱해진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시안게임보다 더 치열한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는 병역특례를 적용하지 않으니 현행 제도는 분명 허점이 있다.

병역특례 제도 자체를 뜯어고치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각종 특권, 적폐를 청산하려는 시대정신이 금번 아시안게임의 병역특혜 논란에 불을 지폈다. 2009년부터 약 10년간 병역특혜 대상 예술·체육요원은 449명, 이 중 체육 병역특례자는 전체의 0.2%쯤이다. 박찬호, 추신수 등이 병역특혜를 누리던 2010년 이전만 하더라도 별다른 대중적 저항이 없었다. 하지만 권익보호, 공정사회의 기치가 중요해지는 사회분위기에 이미 국내외 스포츠리그에서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는 선수들이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젊은 남성들은 꿈꿀 수도 없는 천문학적인 연봉을 경락단절없이 챙기는 것은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위화감으로 이어진다.

따지고 보면 체육인 병역특례는 구시대의 정치적 산물이다. 박정희, 전두환 독재정권이 정치적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국위 선양 명분을 내세운 것이다. 이제는 엘리트 스포츠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공정의 가치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타이밍에 병역면제는 지나친 특혜라는 정서가 만연해졌다. 운동선수의 입영 시기를 선수생활을 마치는 시점인 30대 중반까지 연기하는 방안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병역과 취업고민의 이중고에 허덕이는 젊은 세대들에게 병역의 완전면제는 분명 사회적인 공감대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운동선수들도 특권층이 아니라 똑같은 국민이라는 점을 깨닫고 솔선수범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