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자율자동차가 달리는 세상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입력일 2018-09-02 15:41 수정일 2018-09-02 15:42 발행일 2018-09-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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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동 사진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2028년 가을 아침. 김철수 과장은 새 자동차를 사기로 했다. 어떤 차를 살까 고민하고 있다. 그는 서울 테헤란로 벤처기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다. 거래처에 장비를 가지고 다니면서 설명을 많이 한다. 신도시에 살고 있어서 출퇴근 거리도 상당히 멀다. 자녀들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어 데리러 가야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신형 무인자동차를 사기로 했다. 사람들이 이용해보고 편리하다고 했다. 전기차로 되어 있어 조용하기도 하고 가격도 가솔린 차량의 50%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가끔 차가 필요한 부친도 연세가 있어 운전하기 힘들다 해서 고민하고 있던 중이다. 그래서 부모님과 반반 부담해서 새 차를 구매하고 같이 쓰기로 했다. 

새차가 생겨 생활이 달라졌다. 무인으로 운행되어 운전할 필요가 없다. 아침 집 앞으로 차를 불렀다. 차가 스스르 왔다. 문이 탁 열렸다. 자리에 앉으니 자동으로 문이 닫히고 스스로 출발한다. 실내는 온도와 습도가 잘 조절되어 쾌적하다. 옛날 기사 둔 사장님 기분이 이해된다. 스피커에서 아침의 경쾌한 음악과 함께 오늘 해야 할 일과 필요한 뉴스를 정리하여 알려준다. 이생각 저생각 하다, 어제 야근으로 모자란 잠을 보충하기로 했다. 잠시 잤나 했더니 회사 앞에 도착해 내리라고 재촉한다. 얼른 내렸다. 그리고 차는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다. 잠깐 미팅하고 회사를 나왔다. 차를 다시 불러 탔다. 세종시에서 설명회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풍경도 달라졌다. 대형 트럭과 버스가 무인운전한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20대씩 기차가 움직이듯 딱 붙어 떼지어 다닌다. 대형차의 무인운전으로 기차가 수지가 맞지 않아, 오래된 철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많아, 교통부는 고민하고 있다. 서울~세종고속도로에서 차는 엄청 많은 데 정체는 거의 없이 물 흐르듯이 잘 달리고 있다. 한참 졸다가 풍경을 감상하다 지루해 최근 인기 있는 동영상을 보기로 했다. 그러나, 대형 모니터로 비스듬히 누워 보면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가을비가 갑자기 내려 길이 미끄럽다. 자동 센서 기능이 있어 안전하게 주행 중이다.

가는 길에 회사 컴퓨터가 자동으로 켜지면서 빨리 처리해달라고 알람이 울렸다. 결재서류가 잔뜩 올라와 있다. 짜증이 났다. 웬만하면 AI(인공지능) 비서가 김 과장의 생각을 바탕으로 알아서 처리하는 데, 너무 많이 올라왔다. 프로그램 업그레이드로 기능이 잠시 중단되어 이런 일이 생겼다. 차안에서 내용을 검토하면서 결재를 마쳤다. 어느 듯 세종시에 도착했다. 업무 미팅을 잘 마치고 다시 차로 돌아 왔다. 잠시 바다를 보기위해 회사 일을 보면서 이동 중이다.

박 대리는 집을 얻는 대신 차에서 생활하고 있다. 속으로 ‘현대판 거지구나’ 라고 생각했다. 박 대리 차는 원룸형으로 회사에서 바로 차로 퇴근한다. 차를 아파트처럼 사용하는 얼리어답터다. 차에서 먹고 자고 샤워도 한다. 쉴 때엔 외곽에 있는 대규모 스테이션으로 이동된다. 여기서 쇼핑도 하고, 물도 보충하고, 오물도 버린다. 경치 좋고 땅값이 싼 곳에 위치해 있다. 이웃끼리 운동도 하고 미팅장소도 있다. 참으로 만족한다. 앞으로 박 대리는 집을 살 생각이 조금도 없다.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