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저생산성 쇼크' 탈출이 시급하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입력일 2018-08-29 15:09 수정일 2018-08-29 15:09 발행일 2018-08-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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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초당대 총장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3%대 성장률이 뉴노멀이 되고 잠재성장률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이 2020~2024년 1.9%로 추락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대 연평균 2.2%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한다.

저성장의 배경에는 저생산성이 자리잡고 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의 조너선 웨츨 소장은 지난 5년간 한국의 생산성이 지속 하락해 이대로는 ‘냄비 속에서 탈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비관적 진단을 내놓았다.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생산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은 저성장을 극복할 실효성 있는 해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하면 2017년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4.3달러로 회원국 중 17위에 그치고 있다. 1위 아일랜드(88달러)의 38% 수준에 불과하고 경제규모가 비슷한 스페인(47.8달러)의 70% 선이다. 2008~2017년 제조업 생산성은 연평균 1.8% 증가한 반면 서비스업은 0.3% 감소했다.

정부가 혁신 성장을 강조하는 이유는 혁신이 생산성 향상을 촉진하는 중요 요소이기 때문이다. 생산성 증가의 40% 정도가 혁신이나 기술개발 등으로 이루어진다. ‘혁신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혁신 없이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인식 때문이다. 강도 높은 규제혁신을 통해서 의료, 금융, 정보기술, 교육 등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의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천개 이상의 규제혁파를 통해 44억 달러 이상의 규제비용을 경감한 것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다. 드러그 스토어 활성화, 병원 투자개방 등만 이루어져도 수십만 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서비스업의 생산성 향상이 시급하다. 제조업의 70%에 불과한데 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자영업자 수가 570만 명이나 된다.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은 25.1%로 미국 6.3%, 일본 10.4%, 프랑스 11.6% 보다 월등히 높다. 자영업자의 구조조정과 생산성 개선 없이는 경제전반의 효율을 끌어올릴 수 없다. 최근의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를 패닉 상태로 몰고 가는 것은 과잉 생산시설과 저생산성으로 임금인상의 충격을 제대로 흡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40% 수준인 사업서비스업의 혁신이 필요하다. 네트워크 산업 강화와 소매유통 규제완화로 경쟁과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 아마존이 유통혁명을 선도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 등으로 산업 환경의 창조적 파괴를 견인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도 뜨거운 감자다. 대기업의 32%에 불과하다. 생산성 증가율도 2000년대 6%에서 최근 5년간 2%로 떨어졌다. 2000년대 이후 개별 기업간 생산성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임금 불평등도 심화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선도기업의 기술우위에 비해 후행기업의 생산성 정체가 심각하다. 삼성전자 등 몇몇 선도기업에 의해 노동생산성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 좀비기업 정비, 산업 구조조정 등이 강도 높게 추진되어야 한다. 생산성 향상 없이는 제조업 공동화를 막을 수 없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장기적으로 보면 생산성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생산성 향상에 올인할 때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