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인터넷뱅킹 살리기'에 필요한 것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본부장
입력일 2018-07-22 15:48 수정일 2018-07-22 15:49 발행일 2018-07-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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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완 총괄본부장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본부장

은산분리(銀産分離)란 말 그대로 은행과 산업을 분리하는 정책으로,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 소유를 최대 10%(의결권 4%) 이내로 제한하는 정책이다. 은행의 기업 사금고화를 방지하겠다는 것이 당초 취지이다. 더 중요한 의미는 산업자본의 부실화가 은행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방화벽(firewall)을 친 것이다.

사실 은행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다. 최근 들어 그 자체가 수익 목적의 사업으로만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사실은 국가 경제시스템을 이루는 근간이다. 지급결제와 신용창조라는 두 가지 기능 때문이다. 은행업이 무너지면 이 기능들도 무너지고 국가 경제는 멈춰 서게 된다. 우리는 이미 한번 경험해 봤다. 외환위기 때다. 수많은 은행이 문을 닫거나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은행 하나가 문을 닫을 때마다 고객들의 손실과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은행과 산업은 최대한 분리해 놓아야 한다. 사실 은행업과 산업의 분리는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최소한 사업적으로는 분리를 해놔야 대출이 어느 한 회사로 편중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렇게 대출 포트폴리오를 분산시킴으로써 산업 부실화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국가 기간 금융시스템의 기능을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정부 정책이 은산분리 완화로 가닥을 잡는 모양이다. 국회 정무위 여당 의원 과반이 규제 완화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기존 원칙은 고수하되, 한도규제를 34%까지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모양새다.

‘특별히’ 이 부문 규제를 완화하려는 이유는 이런 것이다. 금융의 4차 산업혁명인 핀테크를 통해 금융산업 혁신을 하려면 인터넷뱅킹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일자리도 창출해야 하며, 실적이 부진한 케이뱅크도 살려내야 한다. 보유한도를 34%로 상향 조정하면 이용 편의성 확대, 수수료 인하, 금융 혁신과 경쟁 촉진 등의 긍정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현재 인터넷뱅킹 문제는 은산분리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다. 자본 조달이 충분치 못해 생긴 문제다. 연간 운영자금이 2000억 원쯤 소요된다고 가정해보자. 예대마진 2%를 감안하면 10조원의 대출이 있어야 적자 없이 운영이 가능하다. BIS 비율 10%만 적용해도 자본금이 1조원은 있어야 한다.

작금의 케이뱅크의 문제는 1조원 자본금을 조달하지 못해서일 뿐이지, 그 자본의 주인이 산업자본이 아니라서가 아니다. 산업자본이 들어가지 않아 혁신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본질적인 책임은 지난 정부에서 앞뒤 가리지 않고 허가해 준 감독당국에 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금융자본이 케이뱅크에 수혈되도록 해야 한다.

사적 금융중개기관이라면 굳이 정부가 인허가 해줄 필요도 없다. 그냥 시장 자율에 맡기고 사적 거래의 안전성을 담보해줄 장치만 만들면 된다. 하지만 인터넷뱅킹은 엄연히 은행이다. 사적 금융거래를 취급하는 곳이 아니라, 지급결제와 신용창조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 기간 금융시스템이다. 은산분리를 완화해 산업자본으로 자금을 수혈하는 것은 환부를 봉합해 덮어버리는 것이지 제대로 수술하는 방법이 아니다. 아무쪼록 은산분리 규제완화와 같은 미봉책이 아닌, 더 나은 해결 방안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