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정률제 전환한다고 해결될까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입력일 2018-07-19 15:49 수정일 2018-07-19 15:50 발행일 2018-07-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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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올해 카드업계는 수수료율 재산정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TF를 통해 심도 있는 연구와 충분한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방안을 찾고 있지만, 워낙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안이라 고심에 빠졌다.

이 가운데 지난달 26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카드사 CEO와의 간담회를 통해 카드이용 관련 가맹점 부담을 경감하고, 국민 불편을 해소한다는 차원의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카드사와 금융권을 연결하는 밴 수수료 체계를 그동안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개편해 이달 3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번 조치로 편의점, 슈퍼마켓, 제과점, 약국 등 빈번한 소액결제로 상대적으로 수수료 부담이 컸던 골목상권의 부담이 크게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이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수수료율을 낮추는 반면, 결제금액 규모가 큰 사업장의 수수료율은 높일 것으로 예상돼 대형가맹점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대부분 업종의 단체와 가맹점들은 각자의 논리를 내세우며 수수료율을 낮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인 카드사는 전체 평균 수수료율 인하에 인색할 수밖에 없다.

카드사의 연도별 당기순이익은 매년 평균 2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이렇듯 카드사에게 매년 황금알을 제공하고 있는 화수분이 바로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 1항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 1항은 신용카드 거래 자체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한 같은 조 제4항은 가맹점수수료를 신용카드 회원이 부담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소위 ‘No Surcharge Rule’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4항은 제19조 제1항을 위반해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한 자(제4호), 제19조 제4항을 위반해 가맹점수수료를 신용카드의 회원이 부담하게 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전 세계적으도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외국에서는 사업자가 카드결제를 거절할 수 있으며, 현금 결제와 신용카드 결제의 가격을 달리 하는 것은 매우 흔하고 오히려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부합하다고 인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무조건 현금 가격과 카드 가격을 동일하게 하는 것은, 결국 현금 결제자의 부담으로 신용카드 결제자에게 편의와 지불 유예의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현금 결제자를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현재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전체적으로 낮춰, 국민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카드수수료는 현재의 절반 이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수수료율이 높은 카드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편리성과 혜택의 범위 내에서 수수료가 부가되는 카드만 생존해 통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나 국세청 등은 현행법을 통한 징수의 편의성과 세수 증대를 내세워 폐지를 극력 반대하겠지만, 징수의 편의성을 신용카드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한다.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