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문화산업 '징벌적 배상' 개선 필요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입력일 2018-07-02 15:15 수정일 2018-07-02 16:31 발행일 2018-07-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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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과 공정경제를 내세우면서 출범한 이래 검찰 등의 사정기관뿐 아니라 경제민주화의 큰 축을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끝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반사회적 의미를 가지는 행위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배수를 올리거나 3배의 손해배상액을 못 박는 방식의 개선 필요성을 제시하고 각 경제분야에서 불공정거래 입법이 진행 중이다. 단순히 경제적 가치 이상으로 한 나라의 품격과 문화예술산업을 뒷받침하는 저작권의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입법도 이미 도입됐다. 그러나 그 실효성 또는 공정성에 의문부호가 뒤따르고 있다.

영미법 국가에서 시작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란 악의적인 계약 위반이나 불법행위의 경우 위반자에 대한 처벌과 함께 침해행위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억제를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단순히 재산상의 손해액을 초과해 그 이상으로 부여되는 손해배상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 기술자료 유용으로 인한 손해의 3배 재량 증액 형태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처음 도입돼 기간제 근로자, 신용정보 등에 대한 추가적인 입법이 발효된 바 있다.

저작권 침해는 한미 FTA의 법정손해배상제도 채택이 국내 입법을 촉발하게 됐다. 손해액 범위를 법률에 규정해 놓고 권리자가 실손해 대신 선택 가능한 법정손해배상제도를 채택함에 따라 2012년 국내 저작권법에도 침해 저작물마다 1000만원(영리 목적의 경우 5000만원) 이하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정손해배상제도가 전격 도입됐다.

그러나 과연 징벌적 손해배상의 성격을 띠는 제도가 악의적인 저작권 침해를 사회적 차원에서 억제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통계자료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나아가 저작권침해에 대한 고소 고발이 남용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능사가 아니라는 비판도 터져나오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저작권법에 도입함으로써 문화예술계의 저작권에 대한 준법 의식을 높이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등의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 있다. 무엇보다 이 제도는 저작권 침해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민사제재를 도모한다. 더불어 사소한 형사법 위반자에 대해서는 형벌적 요소로서의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민사적 절차를 따름으로써 민법과 형법 사이의 완충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최근 13세 소년의 불법 다운로드에 대해 음원유통회사가 부모의 감독책임을 근거로 곡당 200유로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 독일 연방법원이 내린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법원은 자녀의 음원 거래에 대한 부모의 교육책임은 인정하지만 개별적인 거래행위에 대한 감독책임까지는 인정하지는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 회사의 패소를 결정했다.

저작권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시행된 지 5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보완입법이나 정책적인 개선은 아쉬운 상황이다. 영리적 목적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액수를 높여야 한다. 하지만 부모 등 관리자의 책임을 지나치게 가중시키는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미성년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손해배상 기준을 낮추는 동시에 집단소송제 등 기본적인 프레임을 바꾸는 방향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