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김정은 노벨평화상' 가능한 이유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입력일 2018-06-25 15:50 수정일 2018-06-25 15:51 발행일 2018-06-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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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르웨이 여당인 진보당 소속 의원 2명으로부터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을 받았다. 해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 비핵화를 향한 거대하고도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도록 했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일부 미국 의원들도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벨평화상은 다른 노벨상들과는 달리 논란이 매우 많은 상이다. 애초에 ‘평화’라는 주제로 상을 주는 것은 각 국가의 이해관계와 정치적 문제와 연관돼 모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평화’보다는 ‘자신과 미국의 정치적 목적’으로 움직인 트럼프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난 제 1차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면서 영국의 내기 사이트 코랄(Coral)에 김정은 위원장이 노벨평화상 예상 수상자 1위를 차지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 바가 높은 상황에서 김정은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 업적만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전부 평가할 수는 없다. 북한 2500만명의 자유와 인권을 마음대로 짓밟고 핵개발로 인한 심각한 식량난으로 수많은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김정은의 체제유지를 위해 고모부 장성택까지 공개처형하고 이복형 김정남까지 독극물 테러로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반면 북한 민족의 자유와 인권, 나아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김정은의 지속적인 역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구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지낸 고르바초프도 당시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해 논란이나 반대의견이 심각했다. 그가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두 공화국의 민족 분규를 유혈진압한 점, 발트3국의 탈소 독립운동에 강경한 반대입장을 고수해온 점 등이 거론됐다. 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대통령제를 도입해 그 권좌에 오른 뒤 또다시 정치-경제적 비상대권을 장악함으로서 ‘신(新) 차르정치’를 펴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경제체제의 전환과정에서 확대되고 있는 식량 및 소비재 품귀현상과 이로 말미암은 소련국민의 고통과 정치불안 등을 감안한다면 그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되는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노벨평화상 위원회는 고르바초프의 국제적 역할에 크게 주목했다고 밝히고 소련의 국내사정은 단지 일과성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고르바초프는 초강대국 지도자로서, 그리고 공산권 지도자로서는 사상 첫 노벨평화상 수상자였다.

나치에 맞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도 당시 영국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지만 1943년 뱅갈 기근과 1945년 드레스덴에서의 폭파 사건을 지시하면서 식민지 국가를 탄압했던 잔인함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도 처칠은 노벨평화상 후보까지 거론됐다. 분명 스위스 유학 경험이 김정은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크다. 그는 할아버지, 아버지와 다른 자신만의 발전적 방식의 체제 유지에 관심이 많다. 과거 만행을 덮자는 의미라기 보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역할론 제시를 위해 그에게 덧씌울 평화의 프레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