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시마 과장과 한국 전자산업의 미래

이민환 인하대 교수
입력일 2018-06-21 14:51 수정일 2018-06-21 14:52 발행일 2018-06-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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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환 인하대 교수

시마과장이라는 일본 만화가 있다. 마쓰시타전기산업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히로카네 겐시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그리기 시작한 시리즈물로 우리나라에도 번역돼 꽤 많은 인기를 얻었다. 시마시리즈는 일본 전자산업 영광의 시대인 80년대를 거쳐 잃어버린 10년으로 지칭되는 90년대 그리고 한국 삼성전자, LG전자와의 경쟁에서 패배하고 몰락의 길을 걸어간 2000년대를 사실감 있게 묘사해 일본내에서만 4000만부가 팔리는 등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소니 워크맨으로 대표됐던 일본의 전자산업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해 2000년 26조엔이었던 일본 전자산업의 국내생산금액은 2015년에는 절반 이하인 12조엔으로 감소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2010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전자산업의 몰락의 원인은 4가지다. 첫째 표준화전략에 대한 대응의 실패다. 이로 인해 한국, 중국 등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진 신흥국에 비해 점차 경쟁력을 상실하게 됐다.

둘째는 과소투자다. 한국의 삼성전자 등은 시장이 침체된 경우에도 과감히 설비 및 연구개발투자를 추진한 반면, 일본기업은 실적이 나쁘면 이익확보를 위해 설비투자를 억제했다. 이로 인해 호황기에 과감한 신규상품을 내놓지 못했다.

셋째는 법인세 부담의 차이다. 일본의 샤프, 파나소닉의 실질세부담률은 36.4%, 35.3%인데 반해 인텔은 27.6%, 삼성전자는 10.5%에 불과했다. 이는 결국 일본 전자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일본기업의 내부지향성이다. 일본 전자산업은 제품의 생산, 서비스, 콘텐츠의 구분을 넘어 비즈니스 전체를 통찰한 후 사업을 추진하려 했기 때문에 해외 기업처럼 상황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최근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미래를 보면 공학을 전공하지 않는 나의 눈에도 걱정이 앞선다. 평판(LCD, LED, PDP) TV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판매량이 일본 전자업계를 앞지르기 시작한 것은 불과 6년 전인 2012년이다. 그러나 선두의 기쁨을 향유하기도 전에 중국은 2017년 기준 전 세계 TV시장에서 30% 이상을 차지하며 우리나라 전자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휴대폰시장 또한 다르지 않다. 2018년 1분기 전 세계 휴대폰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22.6%로 1위를 차지했으나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중국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합계 27.4%로 삼성을 추월한 상태다. 마지막 보루인 반도체는 어떠한가. 중국은 2025년까지 1600억 달러의 반도체육성 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로 인한 위협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2000년대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일본 전자산업이 1970년대부터 미국을 누르고 전 세계를 석권한 것과 같이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일본 상품을 몰아내고 전국민에게 뿌듯한 자부심을 안겨줬다. 이러한 우리나라 전자산업이 중국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만약 우리가 새로운 도전에 실패하고 현실에 만족한다면 10년 뒤에는 만화 속 시마과장의 표현대로 “우리는 세계 1위가 된 샤오미로부터 배워야 한다”가 미래의 현실로 다가올지 모른다.

이민환 인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