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잔치는 끝났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본부장
입력일 2018-06-20 15:35 수정일 2018-06-20 15:41 발행일 2018-06-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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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완 총괄본부장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본부장

북미 회담은 순조롭게 마무리 되었고 남북미 3자간 대화도 활발하다. 한반도를 패닉으로 몰았던 전쟁 위기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누가 뭐라고 해도 문재인 정부의 공이다. 문재인 정부 아니면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이 같은 대북 정책의 성과는 집권여당의 지방 선거 압승으로 이어졌다. 그만큼 국민들의 한반도 평화 체제 조성에 대한 염원이 컸던 이유이리라.

하지만 이제 잔치는 끝났다. 세기의 싱가포르 회담도 끝났고, 지방선거도 끝났다. 그동안 우리 언론을 독점해왔던 중요한 이슈들이 한꺼번에 마무리 되었다. 이런 매머드급 이벤트에 가려져 국내 경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이런 이벤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민초들의 생활일 터인데. 이제는 현실로 돌아와 국내 경제 문제를 직시할 때다.

가장 엄중한 것은 고용이다. 신규 일자리 창출도 문제지만 늘어나는 실업을 어떻게 해야할지. 경기는 이미 고점을 지나는 시그널이 나오기 시작했다. 고용창출력이 미약한 경제에 성장률마저 하락해 심각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중간의 무역전쟁은 그나마 우리 경기를 지탱해주던 수출마저 활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도 문제다. 미국은 경기 여건이 좋아, 예정된 스케줄대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내년까지 계획된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면 3%대의 기준 금리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실세 금리가 어느 정도 따라가게 마련이고, 국내에서도 금리 인상의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양극화된 고용 상황이 심각성을 더한다. 먼저 지역별(또는 업종별) 양극화다. 조선과 자동차 업종이 소재한 지역은 수년째 지속되는 구조조정에 죽을 맛이다. 당연히 영호남 일부 지역이다. 반대로 IT 업종은 사상 최대의 호황이다. 역시 IT 업종이 소재한 지역은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정도다. 종사자별 통계도 극단적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 도소매음식숙박, 건설업, 교육, 일용직, 자영업 등에서 고용 통계가 심하게 악화된 모습이다. 청년실업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모양으로는 성장률 3% 달성은 의미가 없다. 모두에게 3%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누군가는 사상 최대 성과급을 받고 또 다른 누군가는 급여 삭감을 넘어 명퇴에 내몰리고 있다.

이제는 경제에 올인할 때다.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 지역, 그리고 종사자를 중심으로 빨리 대책을 수립하고 집행해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단기적으로는 재정을 조기에 집행할 필요가 있다. 하반기 이후에도 여건이 나아지지 않으면 2차 추경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시장경제 친화적 정책들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국내에 투자를 늘리고 더 많은 근로자에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다시 불러들일 방법도 찾아야 한다. 다만 정책담당자들이 항상 명심할 것이 있다. 결국 정부가 창출하는 일자리는 일시적인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대통령도 장관도 회사 사장도 아닌 시장(market)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들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미친 짓이라는 비난을 들으면서까지 미국기업 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들을 미국으로 불러들이지 않는가. 이제 잔치는 끝났다. 현실로 돌아와서 민초들의 삶은 돌보는 정책들이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