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국내 석유산업 北진출을 기대하며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입력일 2018-06-18 15:51 수정일 2018-06-18 15:52 발행일 2018-06-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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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올해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에 이어,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미국과 북한의 두 정상이 세기의 만남을 가졌다. 북미 간 회담이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이어서 그 결과를 가늠할 수 없지만, 낙관적인 분위기로 흘러갔을 때 국내 석유산업의 북한 진출을 생각해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비용을 한국과 일본이 부담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했다. 북미정상회담 후 ‘북한 비핵화에 소요되는 비용은 누가 지급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과 일본이 많이 도와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1998년 북한 신포경수로 건설 때도 총사업비 70%와 22%를 한국과 일본이 각각 분담했고 미국은 8%만 냈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의 밤을 밝히기 위해서는 남한의 천문학적인 자본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많은 발전소를 건설해야 할 것이고, 중화학 공업을 육성하는 등 산업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통 에너지인 석유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석유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하루 정제능력 300만 배럴로 세계 6위의 석유대국이다. 현 정부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육성시키는 추세이지만 북한의 산업화 과정에서 석유는 남한이 제공하는 주력에너지가 될 것이다. 또 국내 석유시장이 한계점에 이른 상황에서 북한 시장은 국내 석유사업자들에게 매력적인 블루오션임에 틀림없다.

국내 석유산업의 북한 진출은 크게 두 방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국내 정유사들이 직접 북한에 정제시설을 건설하는 방안이다.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공장들이 자칫 북한에 의해 동결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의 송유관을 북한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이 경우 유류 공급을 남한이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송유관은 지하에 관을 매설해 기후, 시간, 교통환경 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천후 에너지 수송수단이다. 현재 한국은 동해와 남해, 서해에 분포되어 있는 정유 공장들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총길이 1200㎞의 송유관을 운영하고 있다.이렇게 송유관이 연결되면 저유소에서 수요처(주유소, 대리점, 중소규모 공장)까지의 석유공급은 석유유통의 중간 단계인 대리점이 맡고, 최종 소비자까지의 공급은 주유소가 맡으면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1998년 금강산 관광 시 북한 장전항에 주유소를 세워 직접 운영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도 북한 서한만에 매장돼 있다는 유전을 직접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1998년 10월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소떼 몰이 방북을 마치고 귀환하면서 “평양이 기름 더미 위에 떠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재미 교포 박부섭 박사에 따르면 황해도 서한만에는 모두 5억8000만t(42억3400만 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다고 한다. 탐사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10억 배럴 이상의 매장량이면 대규모 유전으로 평가한다. 정밀 탐사를 통해 경제성이 있다면, 해외 유전개발에 노하우가 많은 석유공사와 SK이노베이션 등이 북한의 유전개발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