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반기업 정서' 아닌 '반재벌가 정서'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입력일 2018-05-13 15:55 수정일 2018-05-13 17:15 발행일 2018-05-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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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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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 오후 7시30분,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서울역 광장에서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 갑질 스톱 2차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 한진그룹 계열사의 직원들과 가족들을 비롯해 일반시민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조양호 회장은 창업자 조중훈 회장으로부터 해외재산 상속시 500억원대 거액의 탈세 혐의로 이슈가 됐다. 1972년 제주시 조천읍 일대 약 1520만㎡(약 461만평) 부지에 ‘제동목장’이 설립됐다. 그 후 1991년 편법증여로 수백억원대 증여세를 내지 않고 일우재단으로 증여했다고 경제주간지 ‘더스쿠프’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의 처 이명희는 일우재단 이사장으로 있다.

각종 명품 불법반입과 필리핀 가정부의 불법 채용, 아들 조원태의 인하대학 불법입학 등 온갖 적폐들이 들춰지고 있다. 따라서 경찰은 물론 관세청,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국가기관이 작동되고 있다.

‘조양호는 퇴진하라’ ‘이명희는 감옥가라’ ‘조현아는 땅콩까라’ ‘조원태는 공부해라’ ‘조현민은 미국가라’를 외치고 있다. 재벌들의 적폐가 대한항공 뿐인가. 물론 아니다. 대다수가 문제다.

2008년 4월 22일 ‘삼성특검’이 수사결과를 발표한지 닷새만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이 회장은 두 가지 약속을 내걸었다. 차명계좌의 실명전환과 남은 돈의 사회환원이었다. 그로부터 10년, 이 약속은 지켜졌을까. 그렇지 않다.

지난 4월 26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취임 50일을 맞아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반기업정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국민들과 호흡을 같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아직도 여전히 ‘반기업 정서’라 한다. 대한항공 내부직원들, 을의 반란이 반기업 정서인가. 대한항공 직원들은 바보가 아니다. 또 국민들도 바보가 아니다. ‘반기업 정서’가 아니라 ‘반재벌가 정서’다. 여전히 한국경총은 ‘전경련’의 또 다른 얼굴구실을 하겠다는 것인가. 결국 2세·3세 세습 총수와 그들 가족들의 문제다. 재벌가 문제다.

2016년 5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부잣집에서 자란 아이는 커서 훌륭한 리더가 되지 못한다는 아주 흥미로운 논문이 발표됐다. 논문제목이 ‘부잣집 자식은 더욱 자기도취적인 리더가 된다’였다. 이는 소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부잣집 자식은 자기도취가 강해 자기중심적 생각이 강하고 충동적이며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적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와 기업을 걱정하는 많은 이들이 재벌 3세의 경영능력에 의문을 품는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을 보라. 자기 힘으로 대학을 나와서 자력으로 해군장교생활을 마치고 자력으로 해외 다른 유수기업에서 충분히 업적을 쌓아야 발렌베리 그룹의 멤버가 될 수 있도록 한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가난은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부족하기에 나눔을 배우게 하고 삶의 엄숙함을 깨닫게 한다. 가난은 겸손을 가르치고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르친다. 무엇보다 꿈을 가르친다. 그리고 캄캄한 어둠을 뚫고 나가는 용기를 기를 수 있다. 재벌 2,3세가 훌륭한 리더가 못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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