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한국지엠 혈세투입 이후 더 중요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입력일 2018-05-09 15:18 수정일 2018-05-09 15:18 발행일 2018-05-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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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정부가 한국지엠에 약 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부평과 창원의 외국인 투자지역 선정, 추가 비용 등을 따져봤을 때 1조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사 결과가 나와도 이 결정이 바뀔 가능성은 전무해 보인다. 

이번 사태를 보며 아쉬웠던 점은 수년 전부터 문제를 예상하고도 한국지엠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호주 등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일자리를 볼모로 잡히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사태는 노사가 공동 책임을 가지고 있다. 회사는 자본잠식에 빠져 빚이 산더미처럼 쌓였고, 경쟁력 있는 차종도 없어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공적자금 투입과 관련해 당연히 형평성 논란이 생길 것이고, 지원 명분도 필요한 만큼 정부에서는 경영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에 10년 이상 국내 산업을 유지하겠다는 각서와 매각을 포함한 중요 사안에 대한 의결권 보장 등 다양한 끈을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고민은 많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공적자금 투입이 결정됐어도 앞으로의 조치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GM이 한국지엠의 채권을 출자 전환해 국내 자금으로 회사를 돌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노사 간의 합의를 극적으로 치장해 공적자금의 투입 명분을 찾았다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노사 합의는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 기본 조건이다. 이 같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먼저 경쟁력 있는 신차 투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한국지엠이 투입을 약속한 신차 2종은 성공을 보장하기도 힘든 상태이며, 생산도 수년 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적당히 수출하고 국내에 판매해 수년을 버틴다는 생각보다 경쟁력 제고에 노사가 총력을 기울이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공적자금 투입으로 회사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노사가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제품의 성능 차별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고질병인 고비용·저생산 구조 개선도 시급하다. 정부는 수년간 사용할 실탄만 공급하는 것을 떠나 수시로 회사의 경영 상태를 살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강성 노조의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 이번 공적자금 투입으로 ‘버티고 떼를 쓰면 돈은 나온다’는 정설이 입증됐고, 현대차그룹 노사도 비슷한 시그널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필자가 이번 한국지엠 사태를 우리나라의 자동차 노사 간의 관계 재정립을 위한 시금석으로 활용하자는 논리는 이미 효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해외에서 생산하는 물량은 증가할 것이고, 현대차그룹도 약 30% 미만으로 국내에서 생산하는 양을 한정 지을 것이다. 향후 노조 갈등은 커질 것이고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전략도 지금과 같은 기업 활성화에 역행된 정책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한국지엠 공적자금 투입 결정은 시작부터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미 결정된 사안인 만큼 폭탄 돌리기 혹은 국민의 혈세로 열리는 돈 잔치가 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방어벽이라도 마련해 국부 유출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