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벼랑 끝 한국 제조업

박종구 초당대 총장
입력일 2018-05-02 15:05 수정일 2018-05-02 15:05 발행일 2018-05-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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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초당대 총장

제조업이 위기다.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이 노사분규, 해외수요 감소, 중국의 추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제조업 경쟁력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5년에 5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2005년 17위에서 2010년 6위, 2015년 3위로 급성장해 우리나라를 추월했다.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수는 15개로 미국의 132개, 중국 109개, 일본 51개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우리나라 기업이 포함된 산업은 불과 9개로 중국의 30개와 크게 대비된다.

글로벌 컨설팅사 매킨지는 “제조업은 민간기업 연구개발의 80%와 생산성 증가의 40%를 차지한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주요 선진국이 경쟁적으로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이유는 제조업이 모든 산업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1조 5000억 달러 규모의 감세와 환경·금융·노동 분야 규제개혁으로 제조업 르네상스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가파른 임금인상과 과도한 국가개입 등으로 많은 제조업체가 미국으로 유턴하고 있다. 독일은 제조업 4.0으로 디지털 시대의 제조업 성장을 견인한다. 하르츠 노동개혁으로 안정된 노사관계와 유연한 노동시장에 힘입어 견실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 ‘기업인 기(氣) 살리기’를 통해 제조업 설비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대졸자의 취업내정률이 90%가 넘고 일자리 가능 수치를 보여주는 유효구인배율도 1.59나 된다. 2월 실업률은 2.5%로 완전고용 수준이다.

중국 역시 ‘제조 2025’ 계획에 따라 10대 제조업을 키워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하려는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부과 조치는 발전하는 중국산업을 겨냥하며 인공지능, 전기차 등 첨단부문에서 우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워싱턴의 의지 표명이다.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첫째로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우리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12년 30위에서 2015년 28위, 2016년 27위로 답보 상태다. 개별기업간 생산성 격차가 확대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간 불균형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둘째로 한계기업 정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한계기업이 2011년 2604개에서 2016년 3126개로 늘었다. 경쟁력을 상실한 ‘좀비기업’을 조속히 정비하지 않고는 소기의 구조조정 성과를 내기 어렵다.

셋째로 노동개혁이 시급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게리 베커의 주장처럼 높은 청년실업률과 비정규직 비율은 경직된 노동시장의 산물이다. 왜곡된 고용시장 구조 때문에 중소기업의 임금이 대기업의 54%에 불과하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3300페이지가 넘는 노동법규를 손질하고 철도공사를 수술하려는 이유도 노동 유연화 없이는 경제재건이나 청년실업 해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넷째로 과감한 규제혁파가 필요하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정부규제에 대한 기업 부담 순위가 137개 분석대상 국가 중 95위다. 중소기업의 해외투자가 급증하는 이유도 과도한 규제를 피하려는 기업인의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 모건스탠리의 루치르 샤르마가 주장한 것처럼, 제조업이 강한 나라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관심을 기울일 때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