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석유대리점 저장소 실태점검을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입력일 2018-04-22 15:08 수정일 2018-04-22 15:08 발행일 2018-04-23 23면
인쇄아이콘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석유대리점이란 정유사, 수출입업자 또는 다른 대리점으로부터 석유제품을 공급 받아 다른 대리점이나 주유소, 일반판매소에 판매하는 판매업자를 말한다. 취급 유종으로는 휘발유와 경유, 등유, 중유 등이 있으며, 석유대리점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700㎘ 이상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시설과 50㎘ 이상의 수송장비를 갖춰야 한다.

이러한 시설들은 1977년 석유산업이 자유화되기 전까지는 ‘자가 보유’였으나, 자유화되면서 ‘자가 보유 또는 임차 보유’로 완화됐다. 진입 장벽이 낮아지자 석유대리점들은 급격히 늘어나 1998년 77개사에서 2005년 428개, 2015년 608개로 증가했다. 문제는 진입 장벽이 완화되면서 매년 100여개가 신규 등록되고 100여개가 폐업을 하는 이상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석유제품을 정상적으로 판매하는 게 아니라 다수의 저장시설을 단기로 임차해 무자료 거래를 통한 탈세로 이익을 챙긴 뒤 폐업하고 종적을 감추거나, 폐업 후에도 명의만 변경해 재영업을 하는 등의 수법으로 국가재정을 좀먹고, 석유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

한국석유유통협회는 그동안 불법·탈법을 일삼는 영세대리점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저장시설 700㎘ 중 350㎘는 자가 보유로 하고, 나머지 350㎘는 임차 보유하는 방안으로 정부 주도의 입법화를 두 차례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규제 강화’ 측면이 있어, ‘규제 완화’로 가는 현 추세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법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일부 규제강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연간 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무자료 거래로 인한 탈세석유를 근절하고, 가짜석유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석유시장을 투명화 해 소비자를 보호하는 공익적 측면이 크다.

저장시설의 일부 보유를 통한 부실영세대리점 근절이 어려운 상황에서 한 가지 대안이 있다면 바로 임차 저장시설의 철저한 관리다. 설문조사 결과, 육상 저장시설의 경우 63.9%(163개소)가 임차 형태였으며, 자가 형태 34.9%(89개소)의 2배였다. 임차 형태별로는 전문 임대시설(저장 전문회사)이 46.0%로 가장 많았으며, 기존대리점 저장시설을 이용하는 경우도 36.8%였다.

계약 형태로는 70.6%가 1년 단위로 재갱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한 개의 저장시설에 대해 여러 대리점이 임차를 하더라도 이를 걸러낼 제도적 장치가 여태까지 없었다는 점이다. 석유대리점을 하려면 700㎘ 저장시설에 대해 독점적 자가 보유 또는 임차 보유 증명서를 지자체에 제출하는데 지자체의 인력으로는 이에 대한 실사 및 현장조사가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7월 1일부터 시·도의 석유대리점의 등록업무 중 접수서류 확인 및 현장점검 등의 업무가 한국석유관리원에 위탁됨에 따라 저장시설의 현장점검도 관리원이 맡게 됐다. 석유관리원이 이러한 업무를 실효성 있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국 석유대리점들이 임차를 맺고 있는 저장시설에 대한 현황 파악 및 각 업체의 임대차 계약 실태를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석유관리원은 발 빠른 대처를 통해 투명하지 못한 석유유통 단계의 질서를 확실히 확립해 주기를 바란다.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