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친환경시대, '부활'이 답이다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입력일 2018-04-18 15:47 수정일 2018-04-18 15:48 발행일 2018-04-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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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요즘 아파트 분리수거장이 시끄럽다. 반입이 안되는 스티로폼을 나 몰라라 버린 흔적들 때문이다. 게다가 일회용 컵과 페트병, 몰래 버린 음식물 찌꺼기도 눈에 띈다. 철강회사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필자는 저것들을 알루미늄이나 철강재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궁리가 앞섰다.

한창 유럽경제가 어려웠던 2014년도의 파리 센강 주변 도로 곳곳에도 담배꽁초와 온갖 오물이 널브러져 있었다. “왜 청소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처리 비용이 없단다. 예술의 도시 파리가 아니었다. 개와 고양이의 배설물을 치우기 위해 준비된 비닐봉지가 담긴 스테인리스 철강봉은 청결을 위해 마련됐지만 전시품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이웃 나라 독일은 달랐다. 가정마다 빗물받이 철제 드럼통이 있었고, 식탁에 오른 그릇들은 철제품과 유리, 자기제품들이었다.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았다는 등산용 머그컵은 50년이 넘었다고 했다.

더욱 신기했던 것은 자투리 못이나 고철을 모아두는 깡통이 마당 한 편에 놓여 있었던 점이다. 고철의 중요성과 자원 재활용은 국내 철강기업 총수들도 중요시한다.

동국제강의 창업자 고(故) 장경호 회장은 지남철(자석)을 끌고 다니면서 고철을 수집했다. 손열호 동양석판 회장은 미국 오하이오의 신설 공장에서 바닥에 떨어진 작은 못을 집어 양복 호주머니에 넣는 장면을 필자가 직접 목격했었다. 철 스크랩 전문회사 기전산업의 김종원 회장도 회사 마당에 떨어진 작은 양철 줍더니 “이게 제품입니다. 철강사는 원료지요?”라고 했었다. 김 회장의 말속에는 하찮은 것을 재활용하면 훌륭한 재원이 된다는 일깨움이 있었다.

플라스틱을 땅속에 폐기하면 200년이 넘어야 분해되지만 철강재는 50년이면 족하다. 철 스크랩, 즉 고철은 90% 이상 쇳물로 재탄생하는 부활의 상징이다.

1t의 철강재는 40번 이상 재활용되고, 철 1t의 누적 사용량은 10t이다. 반면에 콘크리트는 70%를 재활용한다. 지구상에서 철강재만큼 재활용이 용이하고 친환경적인 물질은 없다.

일본 철강기업들은 ‘Car To Car’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폐기된 자동차를 녹여 자동차용 철강재로 재생산한다는 뜻이다. 이제까지는 고철을 녹여 자동차 강판이나 가전제품, 실내 건축소재 같은 고가의 상품을 만들기 어려웠지만, 미국 뉴코와 일본의 동경제철은 이들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고철의 활용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이다. 일본의 경우, 전기로 10개사의 t당 탄소가스 배출량은 0.46t이지만 고로 3개사의 배출량은 t당 2.2t이나 된다. 철강산업은 이제 오염 배출이 적은 미래지향적 기술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에 도래했다.

미세먼지와 스모그 현상이 연일 이어지자 정부는 철강업체들을 불러 대기오염 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부담세를 부과하는 등의 규제를 한다고 하지만, 이는 철강업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 같다.

친환경을 위한 규제는 마땅하지만 기준은 달리해야 한다. 재활용이 잘 안되는 용품들과 같이 해서는 곤란하다. 또 95% 이상 수입에 의존하는 철광석보다 290억t(2015년도 세계 철강누계 축적량)이나 생산되는 철강재를 순차적으로 재활용하는 전기로메이커에게는 차별화된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

친환경 시대의 화두는 일회용이 아니라 부활이어야 한다. 적어도 40번 이상 다시 태어나는 고철이라면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