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모두를 위한 '70대 직장인'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입력일 2018-04-12 15:17 수정일 2018-04-12 15:18 발행일 2018-04-13 23면
인쇄아이콘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노년의 현실은 고달프고 처절하다. 환갑 이후 생활절망은 본격화된다. 공포와 불안, 분노와 좌절이 쳇바퀴처럼 반복된다. 현역시절 꿈꿨던 여유로운 노후생활은 없다. 은퇴는 더더욱 용인되지 않는다. 중년진입과 함께 샐러리맨으로서의 강제퇴장은 흔해져도 물러설 곳은 없다. 호구지책의 압박은 단기·주변부의 열악한 일자리일지언정 치열한 경쟁을 요구한다. 실질은퇴는 70세를 웃돈다. 사실상 몸이 허락할 때까지 황량한 거리를 떠도는 신세다. 

그럼에도 70대 직장인은 없다. 특별사례 아니면 희귀샘플이다. 멸종직전에 놓인 천연기념물 처지다. 60세 정년연장이 이뤄졌지만 그나마 현실무대에선 드물고 70대 직장인은 더더욱 없다는 게 정설이다. 60대 직장인만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하물며 70대 정규직은 기대난이다. 애초부터 불가능의 영역이라 구직자든 구인자든 정규직은 함구한다. 3D업종인들 취업기회는 환갑이 고작이다.

70대 직장인은 그림의 떡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먹고 살아야 하는 엄중한 인생과제는 수명연장 앞에 갈수록 무거워진다. 고를 만한 소득카드조차 없는데 환갑 이후 30년의 호구지책은 70대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내몬다. 당하지 않으면 절대 모를 상상초월의 실존공포다. 그런데도 모두들 나 몰라라 한다. 빈병을 모으든 박스를 줍든 그저 삶을 잘못 살아낸 한 인생의 연민으로 끝난다. 본인이 훗날 그 처지가 되리라고는 꿈에서조차 안 여긴다. 오판이고 착각이다.

누구든 빈곤노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평생 잘 살아왔다고 자부할수록 빈곤노후의 함정은 더 크고 넓다. 차라리 현역부터 힘들었다면 마음의 준비라도 한다지만 중산층 언저리일수록 근거 없는 낙관에 더 취약하다. 빈곤노후로 떠미는 압력은 수없이 많다. 치매를 포함한 질환불행이 대표적이다. 걸리면 사실상 끝이다. 정부와 사회의 돌봄은 의외로 얕다. 한국이라 더 심각한 건 가족붕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자녀위험은 중산층의 축적자산을 손쉽게 헐어낸다. 배우자와의 이혼·사별 등 독거위험도 매한가지다. 살고자, 불리고자 나서는 사업(투자)카드는 빈곤노후의 첩경이다.

그러니 정답은 일이다. 일흔을 넘겨서도 과거엔 눈길조차 안 주던 푼돈의 일자리조차 경쟁하는 이유다. 해법은 하나다. 고령근로다. 70대 직장인의 수용과 확대만이 고령빈곤의 탈출구다. 방치하고 제외하면 당장은 편해도 결국엔 세금투입이다. 내 돈이다. 누구든 늙기에 먼 훗날 본인 얘기인 건 물론이다. 기업이든 정부든 사회든 70대 고령근로가 인생최후의 안전그물망이란 점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2025년이면 광의의 베이비부머(1955~75년생)가 70대로 접어든다. 무려 1700만이다. 이대로라면 거대인구의 빈곤노후가 한국사회를 순식간에 덮친다.

남녀차별만큼 고질적인 게 연령차별이다. 70대 직장인의 비교열위만 강조하면 상황은 더 꼬인다. 장점도 강점도 많다. 잘만 활용하면 부가가치는 많다. 노년빈곤에 투입될 재정절약은 물론 고령근로의 직간접적 창출가치까지 생각하면 남는 장사다. ‘1+1=3’의 셈법이다. 의외로 청년과의 고용경합도 무관하다. 안 할 이유는 적지만 해야 할 까닭은 많은 게 70대 직장인 카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