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주택시장, 규제는 해법이 아니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입력일 2018-04-09 15:57 수정일 2018-04-09 15:59 발행일 2018-04-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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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주택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한다. 그러나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하게 되면, 차익을 노리고 투기자금이 몰려든다. 이에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주택시장에 개입하는 형태는 대출규제, 세금규제, 청약규제, 재건축규제, 공급규제 등이다. 그러나 규제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는 경우가 있어 대책을 내놓을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분양가 규제가 오히려 투기를 유발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강남에서 분양한 ‘신반포센트럴자이’는 분양가 규제로 3.3㎡당 평균분양가가 4250만원대로 책정됐다. 주변 아파트 3.3㎡당 5500만원보다 낮아 많은 투기자금이 몰려들어 평균경쟁률 160대 1을 기록했다. 지난달 분양한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분양가도 3.3㎡당 4160만원으로 인근 단지들에 비해 1000만원 가량 낮게 책정되면서 3만1423명이 청약, 평균 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가 시세차익을 만들고, 투기가 몰려드는 로또 청약을 빚어 개선책이 필요하다.

획일적 대출규제도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희망을 꺾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 LTV와 DTI를 40%로 줄이고, 일부 투기지역의 경우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을 금지하고 있다. 서울시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도 40% 이상 중도금대출을 받기 어렵고, 투기지역 9억원 이상 청약의 경우 중도금대출이 막혀 청약 포기자가 늘고 있다. 최소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만이라도 과거처럼 60% 대출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1일부터 재건축으로 발생하는 3000만원 이상의 개발이익에 대해 50%를 환수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시행하고 있다. 투기에 따른 개발이익을 환수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투기와 관계없는 장기거주 1주택자들에게도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10년 이상 장기거주 1주택자들은 투기수요가 아닌 실수요자로 분류해야 한다.

재개발·재건축 규제강화 역시 장기적으로 공급을 위축시켜 매매가격 급등과 전월세대란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서울 도심의 재건축이 투기의 원인이라고 보고 심사기준을 30년에서 40년으로 강화하고 있다. 서울은 택지가 고갈돼 재개발·재건축 지역 이외에는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서울도심의 재개발·재건축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고만 하지 말고, 고갈된 도심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필요한 주택공급도 확대하고, 시민들에게 필요한 편의시설과 복지시설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단기처방인 규제에 몰두하기보다는 근본적 해결책인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같은 장기적 정책에 치중해야 한다. 지난 50년간의 우리나라 주택문제를 뒤돌아 보면 해결책은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의 대량 공급 외에 대안이 없다. 정부는 영구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행복주택, 청년주택 등 장기간 거주가 가능한 공공임대주택을 지속적이고, 대량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 또는 규제보다는 지속적으로 공급정책을 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