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쏟아붓고도 안 끝난 조선 구조조정··· 결국 법정관리

이경남 기자
입력일 2018-03-08 17:17 수정일 2018-03-08 17:20 발행일 2018-03-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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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이후 대우·성동·STX에 20조원 투입에도…법정관리
STX조선 회생 가능성도 미지수…기술 격차 축소·경쟁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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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채권단이 8일 STX조선해양에 대해 자구안 이행을 전제로 한 자력생존 결정을 내렸다. 이날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야드 내 노조사무실 벽에 걸린 '중형조선소를 살려내라' 현수막 앞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

한때 세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국내 조선업이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중견조선사 성동조선은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STX조선의 경우 자력 생존 도모를 위해 40% 이상의 인력감축 및 사업을 개편해야 한다.

조선 해운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지난 2015년 이후 정부와 국책은행 등 채권단이 20조원에 가까운 돈을 조선업 회생을 위해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상 회복은커녕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8일 정부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성동조선과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 및 산업은행으로부터 외부 컨설팅 결과를 보고 받고 성동조선은 채권단 주도 구조조정 종결, STX조선은 고강도 자구계획 및 사업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때 국내 조선업은 명실상부 ‘세계 1위’였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지난 몇 년 사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중국 등 경쟁자를 대비하기 위한 구조조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 가운데 국제 금융 위기, 유가 하락의 이중고를 버티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정부 및 채권단은 조선업을 살리기 위해 대우조선(10조원), 성동조선(4조원), STX조선(6조원)에 20조원 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성동조선은 몰락 가능성이 커졌고, STX조선은 직원들의 대규모 희생이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유가 상승 및 세계 경기 회복 등 우호적인 대외 여건에도 불구하고 STX 조선해양도 쉽게 회생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STX조선과 경쟁사 간 기술 격차가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원가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역시 “STX조선 노사가 40% 이상의 인력감축 및 고정비용 절감 등 고강도 자구계획 실행을 위한 확약을 맺지 못하고 자구계획안이 미흡할 경우 법정관리 등을 포함해 원칙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점은 이를 방증한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조선 해운업의 구조조정의 중심에 섰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및 수출입은행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진다. 이에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주채권은행으로서 성동조선 경영정상화를 이루지 못한 점에 대해 관리책임을 느끼고 있어 수은도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이행하고 있다”며 “다만 어려움에 처한 기업구조조정에는 지속해서 힘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남 기자 abc@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