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성동조선 '엇갈린' 구조조정 종착지

전혜인 기자
입력일 2018-03-08 14:38 수정일 2018-03-08 18:31 발행일 2018-03-09 3면
인쇄아이콘
2018030901020005068
정부와 채권단이 8일 STX조선해양에 대해 자구안 이행을 전제로 한 자력생존 결정을 내렸다. 이날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야드내 선각 공장에서 철판 절단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연합)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의 운명이 결국 엇갈렸다. 정부는 8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STX조선에 대해서는 사업재편과 강도높은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을 전제로 하는 자력생존을, 성동조선은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자율협약)을 종결하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결정했다.

이번 결론을 앞두고 업계의 예측은 여러 차례 엇갈렸다. 정부는 지난해 EY한영회계법인에 두 조선사의 재무건전성을 중심으로 1차 컨설팅을 진행했다. 당시 EY한영회계법인은 양사 모두에 대해 청산 가치가 존속 가치보다 크다고 진단했으며, 특히 성동조선해양은 청산가치가 7000억원으로 존속가치 2000억원보다 세 배 이상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정부가 “금융뿐 아니라 산업적 측면도 함께 따져야 한다”며 삼정KPMG에 2차 컨설팅을 의뢰하면서 정부가 중견 조선사들의 회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구조조정 방안을 구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일자리 우선 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가 조선업 생존에 대해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점 역시 이런 분석에 힘을 실었다.

다만 그동안 STX조선과 성동조선에 각각 6조원과 4조원 남짓의 자금을 쏟아부은 채권단이 더 이상 신규 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분위기는 강력한 구조조정 쪽으로 기울었다.

STX조선해양_진해야드
경남 창원에 위치한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 전경. (사진제공=STX조선해양)

STX조선과 성동조선의 구조조정 결과가 갈린 것은 수주잔량 등 현재 사업 여건의 차이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법정관리를 졸업하며 몇 차례의 신규 수주에 성공한 STX조선은 현재 16척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STX조선에 따르면 이는 다음해 3분기까지 조선소를 채울 수 있는 물량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가용자금 역시 1485억원에 달해, 신규 자금 지원 없이도 일정 기간은 독자 경영이 가능하다.

반면 성동조선은 최근 6개월간의 영업이익이 132억원, 수주잔량은 5척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아직 설계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도크가 비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권단은 컨설팅에서 제안한 대로 성동조선을 수리조선소나 블록공장으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했으나 이 역시 장기간 누적된 순손실을 메꿀 수 있는 방안은 아닌 것으로 결정지었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성동조선은 유동성 부족으로 오는 2분기 부도가 우려되고 있다.

성동조선의 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의 회생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고 있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이에 대해 “현재로서는 회생이냐 파산이냐 답할 수 없다”면서도 “회생 가능성이 있으면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을 고려했겠지만, 가능성이 낮아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CI
성동조선해양 및 STX조선해양 CI. (각 사 제공)
법정관리는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을 대신해 법원에서 지정한 제3자가 자금을 포함한 기업 활동 전반을 관리하는 제도다. 성동조선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은 이에 대한 실사를 진행한 후 회생 가능성을 판단하고, 회생 또는 청산 절차에 착수한다.

최소 40% 이상의 인력감축이 요구되는 STX조선 역시 안심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정부는 성동조선과 함께 STX조선까지 한꺼번에 정리할 경우 조선산업 전반적인 생태계가 붕괴될 가능성과 중형 조선사로서의 가치를 고려해 생존을 결정했으나, 앞으로 한 달 내 자력구제안에 대한 분명한 노사 확약이 없을 시에는 원칙대로 법정관리까지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자구안에는 고정비 감축과 자산 매각 등 고강도 자구계획과 더불어 고부가가치 가스선 위주의 사업재편 계획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정부가 이렇듯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사하며 이번 1분기 중 발표할 예정인 ‘조선업 혁신성장 방안’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동연 부총리는 8일 “글로벌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해운업에 대해 조선업 발전전략과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빠른 시일 내 준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조선·해운의 혁신과 상생발전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제언했다.

전혜인 기자 hy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