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집념의 사나이' 이승훈이 쏜 희망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일 2018-03-05 15:54 수정일 2018-03-05 16:03 발행일 2018-03-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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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감동드라마를 연일 연출하던 평창동계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 수확을 올려 국력의 신장을 여실히 증명해줬다. 한국이 서서히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 이 땅의 청년들도 이제 본격적으로 합류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 중에서도 대회기간 내내 단연 돋보인 것은 스피드스케이팅의 집념의 사나이 이승훈 선수와 컬링 종목의 매서운 면모를 보여준 김은정 선수다. 김은정의 카리스마 넘치는 눈매는 우리나라가 결코 대충 대충하는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세계만방에 보여줬다.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예리하고 정곡을 찌르는 경지에 금방이라도 도달할 것 같은 미래를 보여줬다.

‘승리의 공훈’을 가져다 주겠다는 뜻을 지닌 그 이름도 승훈. 그가 특히 놀라웠던 점은 올림픽 시작시점부터 올림픽 종반시점까지 고산을 줄기차게 오르는 후니쿨라처럼 잠재적 역량을 끈질기게 견인하는 모습이었다. 라이벌인 네덜란드의 크라머가 보였던 경기 초반 반짝 상승세, 경기 후반 하강곡선을 그린 모습과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빙상계의 페더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만한 그의 미래를 보는 듯했다.

페더러. 그는 거의 40이라는 나이에 믿기 힘들 정도로 괴력을 발휘하여 세계 테니스 역사를 현재에도 다시 쓰고 있는 선수다. 개인종목 중에서도 체력을 가장 많이 소모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단백질 연소를 수반하는 지력까지 요구하는 것이 테니스다. 페더러가 대단한 것은 과거 그의 전성기인 15년 전보다도 오히려 지금 더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다. 체력은 20년 전에 비해 다를 바 없이 그대로고 경기운영에서는 더 원숙한 경지에 이르렀다. 과거 테니스계 세계 1위를 구가했던 마랏 사핀, 앤디 로딕, 레이튼 휴잇 등 동년배들과 비교해보면 페더러의 활약은 돋보인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미 은퇴한 지 오래됐고 이제는 코치로 활약들 하고 있다. 페더러와 여러 차례 자웅을 겨뤘던 동갑내기 크로아티아의 류비치치 선수도 역시 은퇴한 지 이미 오래됐고 현재는 페더러 옆에서 주 코치로 활동 중이다.

현역으로 장수하는 선수들의 공통점을 보면 그들은 마치 장거리 42.195㎞ 마라톤에서 전반부 하프를 주행하는 속도보다도 후반부 하프 주행속도가 더 빠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4년 뒤 베이징 올림픽에서 봅시다”를 벌써부터 다짐하는 이승훈. 스케이팅을 향한 샘마르지 않는 관심과 동기를 지속적으로 계발하여 4년 뒤 오늘에는 빙상계의 영원한 전설로 각인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고갈되지 않는 체력은 기본이고 자신의 종목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도 훌륭한 선수가 갖춰야 할 자질도 이승훈 선수가 잘 계발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올림픽에서 자신의 주종목을 비롯한 인근 종목에서 금메달을 여러 개 목에 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예를 들면 100m, 200m, 400m, 800m를 동시에 석권하기 거의 불가능하듯 말이다. 그러나 장거리 육상 종목 전체를 한 대회에서 깡그리 석권한 선수가 있었다. 장거리 육상의 영웅, 체코의 자토펙이다. 이승훈 선수가 세계 빙상계에 자토펙처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새로운 역사를 쓰는 대한민국의 전설로 남기를 바란다. 그의 건투를 빌어 마지 않는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