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부동산시장, 더이상의 왜곡 곤란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
입력일 2018-02-25 15:43 수정일 2018-02-25 15:45 발행일 2018-02-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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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완 총괄본부장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어쩌면 가장 강력한 카드다. 안전진단을 통과 못하면 재건축은 불가능한 것이니. 재건축 기대는 아예 꿈도 꾸지 말라는 뜻일게다. 그래서인지 강남 아파트 가격이 다소 주춤해졌다는 기사도 나온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부동산 투자심리가 일시적으로 위축될 것임은 확실하다. 재건축을 바라보고 아파트를 사려는 것인데, 안전진단 단계에서부터 묶어버리겠다니 망설이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지는 다소 의문이다. 공급이 제한된 지역에서 재건축이 위축되면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은 더 커지고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신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구축 아파트 가격도 따라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이번 안전진단 카드도 부동산시장을 잠시 주춤거리게 할 수는 있지만, 가격 급등의 빌미가 되는 미봉책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서울 및 수도권 일부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세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대의에는 모두가 공감한다. 그렇지만 지금의 대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강도 높은 대책이 나올수록 아파트 가격은 더 치솟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병의 원인을 찾아 처방을 해야하는데 눈에 보이는 환부에만 메스를 가하는 대증요법을 쓰기 때문이다.

본질을 짚어보자. 먼저 우리는 최근 서울 및 일부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버블이랄 정도의 이상 급등인지 진단해봐야 한다. 필자는 현재의 부동산 가격이 장기 침체 이후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 정도로 본다. 지난 10년간의 물가상승 및 생산성 증가분을 연평균 5%로 가정하면 10년 동안 60%를 상회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지금은 서브 프라임 사태 직전 수준을 약간 웃도는 정도에 불과하다. 10년 전에 비해 오히려 싸다. 버블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두 번째로 현재 경기 여건을 감안할 때 각종 규제로 부동산 가격을 억누르는 것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올해는 정부의 추경 편성 없이도 3%를 넘어서는 경제성장률이 예상된다. 세계 경제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럴 때 자산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코스피나 코스닥 가격을 정부가 매물 폭탄으로 낮추려고 하면 낮춰지겠는가. 경기 침체기 부양책이 물거품인 것처럼 경기 상승시 억제책도 효과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부동산 시장도 자산시장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시장이 쉽게 잡히지 않는 본질적인 문제는 풍부한 유동성 때문이다. 유동성 장세를 이겨낼 장사는 없다. 글로벌 증시가 수년째 상승해온 동력이 바로 이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결론은 자명하다. 넘쳐나는 유동성을 거둬들여야 한다. 금리 인상이 답이다. 미국 금리 인상이 점쳐지면서 채권가격이 급락하고 증시도 꺾이는 것을 보지 않는가. MB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을 살려보려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부양책이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경기 회복기에 맞물려 가격이 상승한 것뿐이다. 오히려 학습효과가 누적되면서 부동산 정책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금리 상승기로 접어들면서 자연스레 부동산 시장도 안정될 테니 더 이상 시장을 왜곡시키는 정책은 꺼내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