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은퇴증후군, 이렇게 극복하자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입력일 2018-02-18 15:21 수정일 2018-02-18 15:22 발행일 2018-02-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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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은퇴와 함께 심각하게 찾아오는 것이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 문제이다. 여태껏 ‘회사인간’으로 살아왔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직장 또는 직업에서 주로 찾았다. 따라서 명함이 사라지는 순간 엄청난 박탈감과 함께 쓸모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자괴감에 빠진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지금까지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와 탈진증후군에도 시달린다. 마치 인생이 끝난 것 같아 만사가 귀찮고 의욕 상실로 무기력해진다. 은퇴 후 찾아오는 이러한 심리적 불안정을 두고 ‘제2의 사춘기’라고 말한다. 어떻게 극복하고 자신감을 회복하여 새 출발을 할 것인가? 네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자. 한 해에 한국인 4000명 이상이 다녀오는 길이다. 하루에 25㎞, 7~8시간씩 한 달간 걷는 코스다. 혼자만의 고독한 여정으로 자아를 성찰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삶의 활력도 얻는다.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은 잘 나가던 여성 언론인의 길을 접고 2006년 이 길을 걸었다. 함께 길을 걷던 영국인과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 귀국 후 제주 올레길을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동해안 해파랑길이나 제주 올레길도 제격이다. 서 이시장은 “제주 올레길은 길 위의 학교이며 인생의 종합병원”이라고 말한다. 제주와 동해안의 멋진 경관은 심신이 지친 은퇴자에게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자신감과 활력을 불어 넣어 줄 것이다.

둘째, 인도 배낭여행을 가 보자. 수천 년의 역사를 거쳐 오며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함께 어우러져, 우리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특이한 삶의 방식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바라나시’는 힌두교 최고 성지로 꼽히는 곳으로 갠지스강이 가로지르고 있다. 강가에는 화장터가 즐비하고 시체 태우는 연기로 자욱하다. 이 강물에 몸을 담그면 죄를 씻을 수 있다 하여 목욕을 하며 소원을 비는 의식을 하면서 매우 행복해한다. 종교가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잠시 사색에 잠겨보자. 인도 배낭여행은 그동안 우리가 누려왔던 물질 만능의 생활 방식과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지 싶다.

셋째, 명상에 푹 빠져보자. ‘빨리빨리 문화’에 지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 자기와의 대화로 자신을 내려놓고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자. 정말이지 오랜만에 타인이 아닌 오직 자신만을 생각해보자.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내가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내 모습을 찾아보자. 정토회의 ‘깨달음의 장’이나 전국 산사의 템플스테이에 참여해 봄도 좋다.

마지막으로 죽음 교육을 수강하고 ‘엔딩노트’나 ‘자서전’을 써보자. 죽음을 직시함으로써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이 한정돼 있다는 현실을 자각해 봄이 좋다.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잘 살아야겠다는 각오도 다질 것이다.

은퇴는 인생의 한 단계를 끝내고 새로운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과정이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정리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 제2의 사춘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자.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