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국토부 문턱 걸린 초소형 전기차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기자
입력일 2018-02-11 15:00 수정일 2018-02-11 15:01 발행일 2018-02-12 23면
인쇄아이콘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지난해 12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5개 부처 실무 책임자가 중소기업 현황과 당면 규제를 철폐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간담회를 통해 정부는 김 부총리가 중소기업의 초소형 전기차인 마이크로 모빌리티에 탑승한 모습을 언론에 내보냈다. 이 자리에 전기차협회장으로 참석한 필자는 다양한 전기차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제시했고, 여러 가지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역시 이날 간담회의 핵심은 마이크로 모빌리티 출시를 통한 다양한 시장 형성에 있었다. 하지만 보조금 지급 등 제도적인 면에서 이미 준비가 끝났고, 중소기업의 양산형 제품도 준비돼 본격적인 판매를 하면 되는 시점에, 국토교통부가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안전기준 미비를 수면 위로 올렸다. 필자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 모델의 안전기준 등 제도적 준비를 피력해왔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한 필요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서야 준비를 시작했다.

몇 가지 측면에서 지금의 사례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먼저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일반 자동차도 아니고 이륜차도 아닌 중간 모델로, 새로운 영역의 신차종임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간 사용하던 안전기준에 이 새로운 차종을 무리하게 포함시키려 하다 보니 현실과는 동떨어진 또 다른 규제가 다시 생성됐다. 이미 유럽에서는 10년 전부터 ‘L7’이라고 칭하는 새로운 차종에 대한 준비와 함께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시장에 나올 수 없을 만큼 국토부의 안전기준이 까다롭고 인증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김 부총리가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그 시점에도 해당 차량은 출시를 위한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규제 철폐가 아니라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통과할 수 없는 높은 기준이 이미 구축되고 있었다.

세 번째는 시속 60㎞ 미만의 도로에서만 운영할 수 있다는 기준과 높은 안전 인증제도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초소형 전기차의 중요성과 새로운 중간 모델로서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해당 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적폐 대상이 공무원 자신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부분은 담당 부서의 고질적인 기득권 유지와 불통에 대한 경고라 할 수 있다.

넷째로 국토부가 안전이라는 미명 아래 각종 규제와 문턱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규제를 풀어 다양성과 산업화를 이루고 고용창출 등 다양한 부수효과를 노리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그렇게 안전을 강조하면서도 앞뒤가 맞지 않게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4000명을 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후진국의 부끄러운 모습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규제 일변도의 포지티브 정책을 버리고 개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부처 간 장벽을 허물어 시너지를 취할 수 있는 정부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기대한다.

중소기업형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향후 중요한 먹거리 중 하나다. 지금까지 대기업 중심의 메이커 지원이었다면 이제는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기회다. 현실화된 안전기준으로 다양한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판매돼 세계 시장을 수놓기 바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