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도심 요양병원이 위험하다

최현일 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입력일 2018-02-08 14:59 수정일 2018-02-09 10:54 발행일 2018-02-09 23면
인쇄아이콘
최현일-3 (1)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이번 밀양 화재는 짧은 시간에 47명의 많은 사망자를 낸 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특히 세종병원은 요양병원과 함께 운영되고 있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2014년 발생한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도 21명이 숨지는 등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정부는 참사 이후에는 습관적으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보완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밀양 화재보다 더 큰 참사가 우려되고 있는 곳이 도심 상업용 건물에서 운영 중인 요양병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5층 이상 고층에서 운영 중이기에 화재나 지진 등 재난 시 대피통로가 없다. ‘요양병원’은 장기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돌보는 30병상 이상을 갖춘 병원으로 치매, 뇌혈관 질환 후유증 등을 앓는 환자를 장기간 입원 치료하는 곳이다. 지난해 3월 기준 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요양병원은 1506개다. 고령화로 요양병원 수요는 많은데 노인들이 장기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일자, 정부가 시설점검 없이 설립허가를 내준 탓에 2004년 113개였던 요양병원이 우후죽순처럼 늘어 2017년 3월 기준 1506개로 15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도심 요양병원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모텔, 사우나, 나이트클럽 등 상업용 공간을 개조해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곳도 늘어났다.

일반 상업용 건물에 요양병원이 들어서다 보니 좁은 엘리베이터를 일반 고객들과 함께 이용하고 있다. 상업용 건물에서 운영 중인 요양병원들의 엘리베이터는 폭 70㎝, 길이 1.85m 규격인 환자 이송용 침대는 들어갈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화재나 지진 같은 비상시에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다면 경사로로 환자 침대를 밀고 나가야 하지만 침대가 이동할 수 있는 경사로도 마련돼 있지 않다. 비상구가 있더라도 가파른 계단으로 탈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노인 환자가 계단을 통해 신속히 탈출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화재와 재난 등 비상시에 환자 이송용 침대를 옮길 수 있는 대형 엘리베이터가 없어 대형 참사가 우려된다. 정부는 도심 상업용 건물에 들어서는 요양병원에 대해 안전시설을 갖춘 경우가 아니면 설립허가를 내주지 말아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화재나 재난 상황에서 환자들을 어떻게 대피시킬 것인지 준비와 훈련을 한 병원이 아니면 병원 인증을 해 주지 않는다. 또한 병실에 유독 가스를 배출하는 배기 시설을 갖추는 것을 필수 요소로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화재 발생 장소에 따라 병원 내에서 환자를 침대를 이동시킬 수 있는 임시 피난처도 미리 지정해 놓는다. 구조대가 접근할 통로와 외부로 환자를 옮기는 대피로도 사전에 지역 소방청과 협의해 설치해 놓아야 한다.

미국·일본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기존의 도심 상업용 건물의 요양병원은 화재나 지진 같은 재난 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시설을 보완해야 한다. 또한 신규로 설립허가를 내 줄 때에는 환자이동용 대형 엘리베이터와 경사로 같은 대피시설을 갖춘 경우에만 해 줘야 한다. 도심 요양병원들을 지금처럼 방치하다가는 밀양 참사보다 더 큰 대형 참사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