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실속없는 車산업, 결단 리더십 절실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입력일 2017-12-17 14:47 수정일 2017-12-17 14:48 발행일 2017-12-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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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리더는 비행기 조종사와 같다. 전후좌우는 물론 아래위를 면밀히 살피며 적절한 고도로 비행기를 조종해야 한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최고경영자(CEO)는 ‘초계기 비행기처럼 회사를 경영한다’고 말한다. 한국인들은 상당기간 단순하게 ‘좌냐 우냐?’만 따진다. ‘적이냐 아니냐?’만 따진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은 세상에 자동차 788만대를 팔았다. 매출액으로는 143조3500억원. 순이익은 8조4700억원이다. BMW그룹은 세상에 236만대 팔았다. 매출액은 115조2000억원, 순이익은 8조4500억원이다.

최근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중국, 미국시장에서는 금년도 내년도 역성장이란다. BMW에 비해 그만큼 싸구려만 팔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덩치값 못하고 실속이 적다는 거다. 그래서 상하좌우는 고사하고라도 그렇게 낮게 비행(순이익)하다가는 조금만 높은 봉우리를 만나면 부딪쳐 추락하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

또 당연한 말이지만 역사가 일천하다. 그래서 그들보다 몇배 더 공을 들여도 시원찮을 일이다.

공이라면 크게 세가지다. 첫째, 기술과 품질 투자다. 바로 투자다. 돈을 쓰라는 거다. 돈 안쓰고 노가다처럼 윽박지르고 입으로만 품질하면서 조인트만 까면 안된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에 매년 무지막지하게(?) 투자하는 게 반면교사였다. 둘째, 애프터서비스(A/S) 투자다. 부품서비스와 리콜은 끈적끈적하게 마지못해 하면 ‘대주고 따귀 깜’이다. 셋째, 디자인 투자다. 한마디로 ‘보기에 좋은 떡이 맛도 있다’는 거다.

그래서 어렵사리 유수의 독일 디자이너를 영입한 거 같다. 그래서 조금쯤은 나아졌다고? 하지만 실은 ‘아니올씨다’다. 한국미(美)의 기본철학은 역동성이 아니다.

경복궁 기와지붕의 선과 면, 그 자연과 어울림이 넉넉한 기품을 보라.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의 기묘한 색깔과 곡선과 풍만한 양감은 반만년 살아남은 생명력의 존귀함 그 자체다. 이러한 한국의 미와 독일디자이너 직선의 아름다움이 용광로에서 함께 오랫동안 끓어 나왔어야 했다.

이 판에 그 알량하지만 소중한 돈을 십수년 엉뚱한 곳에 썼다.

첫번째, 왜 기아자동차를 인수했나? 합해서 80% 가까운 내수시장 점유율은 결국 60%까지 추락했다. 고객들의 좌절과 혐오만 더 커졌다.

두번째, 현대건설은 왜 인수했나? 현대엠코라는 건설사도 있었잖나. 경영실패로 국민세금으로 살려논 현대건설을 꼭 소유해야 선대 창업자의 혼을 잇는건가. 같은 문중의 현대산업개발은 맨땅에서 출발해서도 잘 하고 있지 않나.

세번째, 삼성동 한전 땅값 10조원 투입. ‘현대기아차가 부동산으로 업종을 바꾼 거 아닌가?’라는 댓글 보고 가슴이 아팠다.

최근 한 증권사의 무게 있는 애널리스트가 ‘중병 앓는 車(차)산업’이란다. 리더가 포토라인에서 주춤거리지 말아야 노조도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경영이 가능하다.

미래자동차시장은 4대혁명, 즉 ‘자율주행·연결성·차량공유·전기화’ 액셀을 밟는단다. 리더의 지혜와 결단이 절실하다. 환골탈태 할 때다.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