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건설산업 불공정 근절 제1 조건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입력일 2017-12-11 15:15 수정일 2017-12-11 15:17 발행일 2017-12-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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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와 취임 100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중단없이 나아갈 것임을 거듭 천명했다. 우리 사회와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국가의 기반을 똑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로 여겨진다. 특히 국가가 먼저 개혁의 주체이자 대상이 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각종 불공정과 불신의 문화는 우리나라의 건전한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한 요인이라는 점에서 다른 어느 때보다 이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노력이 요구된다.

불신의 문화가 뿌리깊은 대표적인 산업이 건설산업이다. 건설 시설물을 수요하는 당사자와 대응관계에 있는 수급자 간의 관계는 신뢰에 기반한 계약과 성실한 이행을 전제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을관계’의 특성상 각종 불공정한 관행들이 지속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국가와 정부기관들이 수요로 하는 공공 건설공사에서의 불공정 관행은 더욱 문제다. 공공 건설공사의 발주자인 공공 발주기관들의 소위 ‘갑질’로 일컬어지는 불공정 행위는 민간 건설공사에까지 파급될 수 밖에 없다. 이는 건설산업 전체에 불신의 문화를 만들어 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건설공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공공발주기관으로부터 불공정한 관행을 보통 이상으로 경험한 건설업체가 전체 응답자의 64.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불공정행위를 경험한 회사들 중에서 법적, 제도적 범위 내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업체는 15.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와 발주기관은 그동안 불공정 행위 근절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고, 지속적인 제도·시스템 보완을 통해 불공정행위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불공정행위의 유형들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공정행위를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이 마련돼야 할까? 불공정행위를 막기 위한 발주자에 대한 책임 강화, 정부 차원의 통제장치의 지속적 마련도 중요하다. 최근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결과들을 보면, 건설업체는 물론 건설근로자들도 모두 건설산업 내 불공정행위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적정공사비가 확보되지 않도록 하는 현행 예정가격제도와 표준시장단가제도 등 공사비 산정제도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들 모두가 불공정행위의 근본적인 원인으로서 적정공사비가 확보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 것은 건설사의 저가낙찰을 유도하는 한편 원사업자와 하도급자와의 거래관계, 하도급자와 건설근로자, 자재·장비업자 등 2차 협력자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불공정행위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결국 공공 건설공사의 적정공사비 확보가 건설산업이 건전한 발전과 공정한 거래문화 정착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는 얘기다. 또한, 우수한 품질의 시설물 공급과 안전한 건설사업 수행에 있어서도 적정공사비 확보는 가장 우선돼야 할 정책과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속담이 있다. 정부 및 공공발주기관의 불공정 행위 근절은 건설산업 전체의 공정한 거래문화정착에 있어 선행조건이라 할 수 있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