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방탄소년단의 공식타파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입력일 2017-12-06 15:32 수정일 2017-12-06 15:33 발행일 2017-12-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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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중국, 일본에서 주춤했던 한류가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사드갈등, 독도갈등 등 국내외 복잡한 사정 때문에 우리 연예산업에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흐름인 줄 알았다. 그러나 한류를 향해 빗발치던 비난과 질투의 총탄을 온몸으로 꿋꿋하게 막아내고 이제는 우뚝 정상에 자리잡은 방탄소년단 덕분에 한류가 다시 흐르고 있다.

2017년은 가히 ‘방탄의 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방탄은 국내외 각종 차트와 시상식을 휩쓸고 있다. 올해 5월 빌보드뮤직 시상식에서 미국 최고의 아이돌 스타 저스틴 비버를 꺾고 ‘톱소셜아티스트’상을 받은 것을 필두로 방탄의 새로운 앨범은 빌보드 앨범 차트 7위에 올랐고 지난 11월 아메리칸뮤직어워즈(AMAs)에서는 칼군무로 현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미국 본토 연예인들도 출연하려고 안달이 난 ABC ‘지미 키멜 라이브’, NBC ‘엘런 디제네러스쇼’ 등 미국 최고의 인기 토크쇼에도 7명의 방탄소년들이 출연해 유창한 영어회화솜씨와 격의없이 당당한 태도, 재치있는 입담을 과시하면서 이들이 누리고 있는 폭풍 인기의 원인을 실감할 수 있었다.

10~20대 청춘이 겪어야 하는 고통, 압박감의 총탄을 막아준다는 의미의 방탄소년단은 과거 박진영 사단 출신의 방시혁이 탄생시킨 그룹이다. 원더걸스 등 대형 연예기획사 출신들도 계속 실패했던 미국 음악 시장에 방시혁과 방탄소년단이라는 홀홀단신 비주류 출신이 주류로 진입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중소연예기획사에서 도저히 꿈꿀 수도 없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방탄의 이면에는 발상의 전환이 숨어있었다. 가요계 아이돌에게 통용되던 일반적인 성공 공식을 타파한 것이다. 으레 아이돌 그룹이라고 하면 세련된 서울 물을 먹고 해외교포 출신 한두명 끼워넣어야 대중에게 쉽게 어필한다고 생각됐다. 그러나 방시혁이 탄생시킨 방탄은 이런 탄탄대로를 선택하지 않았다. 경기 일산 출신 김남준을 비롯해 과천, 부산, 대구, 광주 등 해외파와 서울 출신을 배제한 토종 국내파만으로 꾸린 방탄은 더 솔직하게 청춘의 아픈 가슴들에게 다가섰다. 물론 의도적으로 서울 출신이나 해외교포를 배제한 것은 아니었다. ‘방탄 아빠’인 방시혁은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고 같이 살아가는 동시대를 대변하는 친구들만으로 팀을 구성하다 보니 자연스레 지금과 같은 비주류 출신의 BTS를 구성했다고 한다.

방시혁 본인 스스로 god의 ‘하늘색 풍선’, 비의 ‘나쁜 남자’, 백지영 ‘총 맞은 것처럼’ 등 시대를 반영하는 히트곡을 제조했던 경험 덕분에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동물적 감각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2000년대 초 박진영과 함께 미국시장 진입 실패의 쓴맛을 보았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 대한 노하우도 이번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방탄이 대중에게 다가서는 방식도 남달랐다. 대형기획사들이 TV, 인터넷포털 등의 기존 미디어매체에서 펼치는 대대적인 프로모션 대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로 친근하게 다가섰다. 가장 트렌디한 음악의 경연장인 유튜브를 통해 노래를 알리고 그들이 항상 같이 호흡하려는 1000만명의 팔로워 ‘팬분들’과 SNS로 실시간 소통하면서 K팝 특유의 오감을 자극하는 퍼포먼스로 BTS를 각인시켰다.

뻔하디 뻔한 성공 공식을 방탄은 따르지 않았다. 이제 비주류의 공식타파는 시대를 반영하는 흐름이며 시대를 이끌어가는 나침반이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