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경제를 위한 '新 40대 기수론'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입력일 2017-11-29 15:18 수정일 2017-11-29 15:21 발행일 2017-11-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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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올해가 IMF 외환위기 20주년이고 언론사마다 20주년을 회고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한국 개발연구원(KDI)의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는 국민의 절반 이상(57.4%)이 근대화 이후 한국 경제의 최대 악재로 1997년 IMF 환란을 꼽았다고 한다. 

필자에게도 IMF 외환위기의 기억은 특별한 측면이 있다. 당시 학부 생활의 막바지에 경제학에 그리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던 내가 그나마 수업을 듣고 있었고, 연배가 가까운 선배와 동기들이 취업전선에 나간 시기였다.

수업시간에 모 교수님께서 외환위기 관련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요약하면 1997년도 아시아 위기의 경우 진원지는 태국이었는데, 이 태국발 위기가 우리나라에 전염된 측면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재정이나 무역수지가 외환위기가 올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의 위기를 다 외국계 투기자본의 음모론으로 치부하는 것 위험하다. 국내 대기업들의 과잉, 중복투자, 부채 수준은 과도하게 높았고, 이 배후에는 정경유착, 관치금융, 도덕적 해이 등이 존재한다. 또 관료, 정치인, 경제학자 등의 책임도 상당하며, 아프지만 미래를 위해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이 필요하고, 위험 헤지도 모르면서 외화부채를 조달한 금융권을 질타하면서 학생들 보고 금융권에 취업하라고 마무리하셨다.

그 후 IMF라는 기관의 시퍼런 서슬 하에 구조개혁의 칼날이 몰아쳤다. 문제는 다음이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를 보면 대기업 상위 20곳(공기업 제외)의 계열사를 조사한 결과,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부실징후 기업의 비율은 2002년 21.9%에서 2014년 37%로 증가했다. 정경유착, 관치금융, 도덕적 해이 등은 20년이 지난 한국사회를 아직도 지배하고 있다. 20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한 것인가.

최근 한국경제의 중장기 과제 중 하나가 저출산 고령화인 듯하다. 앞선 한국 개발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는 양극화, 실업문제, 비정규직 확대, 경제성장 둔화를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정책결정자들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들이 많다. 정부가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5년 단임제 하에서의 대통령의 시야, 그 아래에서 몇 년이 될지 모르는 임기를 수행하는 장관의 시야, 그 아래에서 언제 다른 부서로 옮겨갈지 모르는 관료의 시야에 대한 우려다. 앞으로 이 사회를 길게 살아가야 할 사람들과 정책결정자들 사이의 엇박자다.

‘40대 기수론’ 또는 ‘신(新) 40대 기수론’은 정치권의 단골 메뉴다. 아마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으니 누군가가 또다시 들고 나올 것이다. 1971년에 7대 대통령 선거 후보지명전에 나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최초로 주장한 것이니 오래됐다. 국민에게 활기 있는 이미지를 심어주자는 수사도 이제 좀 지겹다. 그러나 이를 의미 있게 살릴 필요가 있다. 향후 10~15년 미래의 권력을 꿈꾸는 40대 정치인들에게 공간을 제공해주자. 국회 내에 미래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그들에게 의제를 가지고 입법을 경쟁하게 만들어보자. 미래위원회에 충분한 인적, 물적 자원이 지원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정책결정자들의 이해와 국민의 이해를 근접하게 만들어보려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기다. 그들에게 도덕성, 사명감만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낫지 싶다. 똑같은 과제가 20년 동안 유령처럼 떠도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