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장기 에너지 수급계획 조속히 수립해야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입력일 2017-11-27 15:47 수정일 2017-11-27 15:48 발행일 2017-11-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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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완 총괄본부장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에너지에 관해 일반 국민들이 잘못 알고 있는 몇 가지 오해가 있다. 

그 첫째는 ‘원자력에너지는 저렴하다’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2015년 기준 kWh당 주요 발전원별 단가가 원자력 68원, 석탄화력 74원, LNG 101원, 신재생 157원이다. 원자력이 저렴한 에너지라고 생각할 만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도 있다. 원전 가동 및 안전관리, 부품 조달, 폐기물 처리 수준 등이 선진국에 미달하고 이에 더해 원전 사고 관련 우발적 비용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지진이 늘어나고 있는 우리로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용들인 만큼, 원전 발전 단가가 석탄화력보다 결코 싸지 않다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둘째는 ‘신재생 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원전을 폐쇄하는 만큼 신재생 에너지 발전을 늘릴 수 있을 것 같다.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을 더 세우면 될 일 아닌가.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신재생에너지는 그 정의상 소량분산형 에너지원이다. 가정마다 도로 조명등마다 작은 패널을 붙여 전기를 생산하는 정도다. 풍력은 선자령 꼭대기 쯤이나 되어야 효율이 날까말까 한다. 다른 지역은 바람의 세기가 충분하지 않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대량집중형 전력원으로서는 충분하지도, 적합하지도 않다.

셋째는 ‘신재생 에너지는 깨끗하다’는 오해다. 태양광 패널에 들어가는 중금속은 쓰리마일 아일랜드,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 참사는 아니지만 우리 환경을 오염시키기에 충분하다. 태양광 패널로 원전을 완전 대체한다고 할 때에는 원전보다 더 대량으로 중금속을 퍼뜨려야 할 지도 모른다. 태양광 패널은 소량분산형이라 원전보다 더 관리가 어렵다. 엄지손톱만한 것까지 모든 태양광 패널을 일일이 다 수거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전국적인 중금속 오염에 시달려야 한다. 원전은 차라리 한군데 집중되어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 세상은 전력 의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게 자명하다. 전기차, 스마트폰, 가정용 전자기기, 로봇 등 전기 없는 일상은 상상할 수 없다. 그만큼 정부에서도 탈원전이든 아니든 새로운 중장기 에너지 정책 수립에 나서야 할 때다.

일본은 원전, 화석 등 수입 에너지원 의존도를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려 햇빛 정책(Sunshine Policy), 달빛 정책(Moonlight Policy) 종합계획 등 상세하고 정교한 에너지 정책을 계속 수립하고 보완해왔다. 그럼에도 원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지 못했다. 후쿠시마 사태로도 원전을 폐지하지 못하고 있다. 원전 없이는 전기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기 요금의 문제가 아니라, 수요량을 맞춰내지 못하는 보다 원천적인 문제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재개에 대한 공론화 시도. 취지는 매우 좋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공론화를 통해 국민의 컨센서스를 모았다. 더 이상 갑론을박하며 국민적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공론화위원회에서 국가 에너지 장기 계획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이제는 정부가 장기 수급계획을 내놔야할 때다. 늘어나는 전기 수요에 어떻게 대처할 지 종합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새 대책을 갖고 다시 한번 공론화 과정을 거쳐 안전하고 깨끗하면서도 저렴한 에너지원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