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은퇴자여, 버킷리스트 만들어라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입력일 2017-11-20 15:10 수정일 2017-11-20 15:12 발행일 2017-11-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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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은퇴’는 인생 후반기에 겪게 되는 심리적으로 적응이 가장 어려운 생애 사건이다. 특히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은퇴를 당하면 그 충격은 더욱 크다. 갑작스런 역할 상실에 따른 불만이나 박탈감을 주체하지 못해 대인관계를 기피하거나 무기력, 자괴감 등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들기도 한다. 

지난 9월 소설가이자, 전 연세대 교수인 마광수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8세의 젊은 나이로 교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2년에 출간한 소설 ‘즐거운 사라’로 모진 풍파를 겪었다. 해직과 복직을 반복하는 와중에 지난 2016년 8월 정년퇴임했다. 퇴임 이후의 생활에 대한 인터뷰에서 그는 “할 일도 없고 갈 데도 없고 독신이라 더욱 외롭다. 경제적으로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퇴임 이후 그는 부쩍 심해진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죽기 직전 고교 동창 친구에게 “친구야 보고 싶다, 와 줄래?” 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고 한다. 또한, 지난 추석 연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58명이 죽고 527명이 다치는 총기 난사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건은 부유하고 단조로운 은퇴 생활에 염증이 난 성공한 백인 남성의 돌발행동으로 드러나 미국과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범인은 테러조직과도 연관이 없으며 정신병을 앓은 적도 없는 전직 공인회계사로서, 은퇴 후 카지노에서 도박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회활동이나 인간관계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위 두 사람의 사례를 통해 은퇴 후유증 극복 방법을 정리해 보았다. 첫째, 건강관리에 최우선을 두고,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한다. ‘건강’은 영순위로 가장 중요하다. 직장 다닐 때는 긴장이 되어 느끼지 못했던 질환 등이 은퇴 후에 갑자기 발병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건강검진을 받아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은퇴 전과 다름없는 규칙적인 생활을 통하여 일상의 리듬을 깨지 않도록 한다. 둘째, 은퇴 관련 교육을 받으면서, 다양한 분야의 친구를 많이 사귄다. 은퇴와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이 주변에 많다. 이런 교육을 받으면서 쉽게 친분을 나눌 수 있고, 동아리 활동을 통해 친구를 사귈 수도 있다. 배움에 대한 즐거움은 물론, 은퇴생활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면서 새로운 직업에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일거양득’이다. 셋째, ‘배우자’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가족 유대를 강화한다. 은퇴 후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람이 배우자이다. 따라서 은퇴생활의 행복은 부부생활의 만족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녀 독립 후 둘만의 목표를 설계하고, 가사 분담도 필요하다. 아버지 학교, 부부 행복학교 등의 소통 관련 교육도 적극 권장한다. 앞에서 예로 든 두 사람도 심리적 안정을 공급해 주는 따뜻한 배우자나 가족이 있었다면 그런 비극적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지 싶다. 넷째, 은퇴 이후 ‘삶의 목표’를 수립한다.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은 겉으로 보기엔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은퇴자가 삶의 목적이나 의미를 잃고 방황하는 과정에서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은퇴 후에 살아갈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지 못하면 삶의 방향을 잃기 십상이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여 실행해 보거나, 어린 시절의 꿈을 찾아 평소 해 보고 싶었던 일에 도전해 봄도 좋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