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풀뿌리 의사결정, 한국 바꿀 힘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입력일 2017-11-16 15:50 수정일 2017-11-16 15:51 발행일 2017-11-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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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시대가 변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루하루 삶의 순간을 살아내는 이들은 호흡의 연장선이니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부지불식간에 새로운 것이 생기고 익숙한 것이 사라지고 있다. 떼놓고 보면 어제와 오늘은 확연히 구분된다. 어제는 통했는데 오늘은 막혀버린 작동원리가 판친다. 과거의 상식과 성공경험이 지금은 몰상식과 고정관념으로 치부된다. 그 와중에 전에 없던 새로운 문제가 매섭게 덮쳐온다. 열심히 일하지만 가난은 계속되고, 꾸준히 오르지만 정상은 멀어진다. 문제는 풀려야 한다. 풀리지 않는다고, 풀릴 수 없다고 내버려둬선 곤란하다. 그럴수록 더 간절한 문제해결이 요구된다. 

고령화, 인구절벽, 저성장, 빈부격차, 4차 산업혁명 등 우리 시대는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낯선 골칫거리로 가득하다. 한국사회는 전대미문의 시대적 난제에 봉착했다. 서둘러 해결하지 않으면 성장은커녕 지속가능성마저 훼손된다. 성장의 힘은 다했고, 재정은 비어가며, 인구는 변해간다. 과거의 성공방정식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과거의 유물로 전락했다.

낯선 문제를 익숙한 방법으로 풀기란 어렵다. 예전엔 풀렸어도 지금은 아니다. 기존방식으로 풀린다면 새로운 문제일 수도 없다. 새로운 문제이기에 시대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문제는 새로운 방식으로 푸는 게 맞다. 지금처럼 과거방식으로 접근해서는 문제해결은커녕 갈등·비용만 유발한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과 접근전략이 필요하다.

새로운 사회문제는 과거잣대와 해결경험을 버릴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삶을 유지시켜온 작동방식과 운영원리를 철저히 해체하고 시대변화에 부합하는 새로운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정부와 거대정당으로 대표되는 정치권력과 재벌과 대기업으로 대표되는 시장권력,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대변되는 노동권력 등이 의사결정 과정을 독점하며 이들이 . 이들이 전체사회를 대변하고 주도하며 관리해왔다. 거칠게 말하면 통제하고 지배해 왔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때론 평등이란 구호를 앞세워 의사결정과정을 장악하고 한국 사회가 나아갈 길을 좌우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는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 갈수록 늘어가는 청년 실업자, 심화되는 빈부격차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기존의 거대 집단에 의한 정책결정이 실패했다는 증거다.

거대한 집단들이 사회적 공론화와 의사결정을 독점하면서 상대적으로 사소해 보이는 시민들의 이해관계는 철저히 대상화됐다. 그러나 한 사회가 온통 거대 계층과 집단의 진영논리의 대상일 수 는 없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땅을 딛고 살아가는 장삼이사의 치열한 삶이 모여있는 곳이다.

이젠 작은 집단의 사소한 목소리와 주장이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할 때다. 비록 비용이 들고 갈등이 생겨도 이 독점원리를 고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은 줄어든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재개를 결정한 공론화 위원의 구성과 운영과정은 의미가 있다.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이처럼 시민이 참여하는 정책결정을 더욱 확대하고 제도화 해야 할 때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