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투기근절 과녁 빗나간 '10·24'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입력일 2017-11-13 15:23 수정일 2017-11-13 15:26 발행일 2017-11-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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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정부가 발표한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금융규제를 통한 시장안정화가 주된 목적이다. 가계부채 종합대책이라고 거창하게 제목을 달았지만 그냥 ‘가계부채대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당초 예상됐던 보유세강화,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같은 강력한 대책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기보다는 시장상황을 고려한 눈치 보기식 대책으로 여겨진다. 이번 대책은 ‘신총부채상환비율(신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이 핵심이다.

현행 DTI는 연간 원리금상환액을 계산할 때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만 반영할 뿐 기존 대출은 이자상환분만 반영한다. 하지만 내년부터 시행되는 신DTI는 기존 대출의 원금상환액도 반영해 그만큼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내년 하반기 도입될 예정인 DSR는 업계에서 신DTI보다 더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모든 금융권 대출 상환액을 연소득과 비교해 대출 한도를 따지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까다로워진다는 것이다.

정부의 의도는 대출을 규제함으로써 투기의 근간이 되고 있는 다주택자와 갭투자를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에 많은 대출을 받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없고, 대출과 별로 관계없는 갭투자를 어떻게 잡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또한 대출강화로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미루게 되면 전세수요가 급증해 결과적으로 전세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가계부채 종합대책에는 몇 가지 허술함과 문제점이 존재한다. 먼저, 기존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보유세 강화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현재 14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의 중심에는 기존 대출제도를 이용해 많은 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보유세 강화를 통해 기존 다주택자들을 압박해 시장에 매물이 흘러나오게 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보유세 강화가 빠져 있다. 강력한 8·2 부동산 대책에 이어 이번 10·24 대책에서도 보유세 강화가 빠져 있어 정책의 효과성에 물음표가 붙었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정부가 보유세 강화카드를 미루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또한, 대출과 관계없는 갭투자를 잡겠다는 것도 의문이다. 갭투자는 전세가율 80~90%인 곳에 소액의 자기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대출규제로 갭투자를 억제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시중에 부동자금 1000조가 떠도는 상황에서 정부는 대출규제로 갭투자를 잡겠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대책발표는 결국 돈 있는 사람에게는 이번 대출규제가 오히려 더 많은 갭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 셈이다.

그리고 실수요자에 대한 획일적 대출규제 강화는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하여 전세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10·24 대책은 대출규제를 강화해 투기수요를 차단하는 효과는 있지만 신혼부부와 무주택자 같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하는 부작용도 낳게 된다.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제때 하지 못하고 전세로 눌러앉게 되면 전세수요 급증으로 전세대란을 불러올 수 있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