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물소떼 우두머리보다 못한 北·美 지도자

김우일 대우M&A 대표
입력일 2017-08-21 13:00 수정일 2017-08-21 15:37 발행일 2017-08-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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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일 대우M&A 대표
김우일 대우M&A 대표

최근의 북한 핵 위협과 관련하여 미국의 트럼프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본 적 없는 힘과 맞닥뜨릴 것’ 등의 강도 높은 발언을 구사하자 북한도 이에 질세라 ‘전면전쟁’, ‘불바다’, ‘괌 타격’ 등으로 맞받아 쳤다.

양측의 ‘말 폭탄’은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에 일촉즉발의 전쟁 상황에 한발 다가서는 것 아니냐는 공포를 연출했다. 막말의 치킨게임이 전 세계를 두려움으로 휩싸이게 한 것이다.

미국과 북한 수뇌부가 흥분을 자제 못하고 즉각적이고 도발적인 언행을 남발함으로써 양측의 본의와 상관없이 우발적인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 바람에 세계금융시장은 폭락을 거듭했다.

북한이 생존전략으로 핵무기개발에 의존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결과 북한은 핵탄두와 발사체의 완성단계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북한과 세계 최대 핵보유국인 미국이 서로 흥분하여 전쟁불사론으로 치고받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양국의 지도자들은 감정적 흥분과 자존심을 앞세워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60억 세계인류를 비극적 파멸로 이끄는 단초가 될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다음과 같은 자연의 동물이야기를 양국의 수뇌부에 들려주고자 한다.

아프리카에서는 물소때는 건기에 물을 찾아 수 백 km의 거리를 수개월에 걸쳐 이동한다. 이때 수백만마리의 물소떼를 앞에서 이끄는 리더가 있다. 바로 물소떼의 최고 통치권자인 셈이다. 이 물소떼의 리더에게는 다음과 같은 절대 자격조건이 있다.

첫째, 빨리 달릴 수 있어야 한다. 미리 이리저리 빠르게 길을 왔다가야 하므로 남보다 빨라야 한다.

둘째, 힘이 세야 한다. 미지의 길을 힘으로 밀어부쳐 길을 만들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목적지로 가는 방향을 찾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감각과 경험으로 강이 어디에 위치해있는지를 판단하고 그곳까지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갈 수 있는 지름길을 찾는 능력이 필요하다.

네번째는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바로 흥분하지 않는 침착성이다.

과거 어느 때 먼 길을 몇 개월에 걸쳐 강가를 찾아 내달려온 수백만 마리의 물소떼가 있었다. 물론 가장 빨리 달리고 목적지로 가는 방향을 아는 리더가 이었다. 이 리더는 수개월에 걸친 고생 끝에 수백만 마리의 물소떼를 이끌고 가까스로 목적지 근처에 이르렀다. 물 냄새가 후각을 진동시켰다.

이 리더는 물 냄새에 너무나 흥분한 나머지, 뒤따라오는 무리를 향해 이제 강가에 다왔다는 승리의 울부짖음을 보냈다.

이제껏 리더를 묵묵히 뒤따르오던 수백만 마리의 물소떼들도 앞장선 리더의 성공적인 울부짖음을 듣자 순간적으로 같이 흥분했다. 남보다 먼저 물을 먹으려는 충동과 흥분으로 뒤에 있는 물소들이 앞에 있는 물소떼를 제치고 내달리면서 뒤엉켜 아수라장이 되고 많은 물소떼들이 밟혀죽었다.

이 참사를 당하고 난 물소떼들은 물 냄새를 맡고도 성공의 울부짖음을 억누를 수 있는, 본능을 제어할 수 있는 개체를 리더로 세우게 되었고 지금까지 수백년에 걸쳐 아프리카 대평원에서 건기마다 물소떼들의 대이동이 평화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리더는 흥분 하면 안된다. 흥분을 하게 되면 그 순간 감정의 노예가 되어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판단을 못하게 된다. 리더의 그릇된 판단은 그를 따르는 수많은 무리들을 비참한 참극으로 이끌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가들은 이 물소떼의 리더보다 못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김우일 대우M&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