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안전불감증 제발 사라지길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입력일 2017-08-20 16:17 수정일 2017-08-20 16:18 발행일 2017-08-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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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동국제강 상무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요즘 고층빌딩 화재가 빈번하다. 

고강도의 철강재가 속속 발명되면서 마천루가 생겨나고, 고층 빌딩에 화재가 발생 할 때마다 빌딩의 골격을 이루는 철강재는 늘 세인의 주목을 받아왔다.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비행기와 충돌했어도 끄떡없는 빌딩으로 이름이 나자 건축가들은 철강재를 건축물의 골조로 사용하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그 철강재도 정품을 써야만 안전을 보장한다는 관점은 매우 중요한 비즈니스 핵심이며 수입 철강 유통상들의 양심과 직결 되는 일이기도 하다.

철강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간혹 철강재 부정품이 발생시키는 위험천만한 사고는 저개발국가에서 많이 발생한다. 중국발 부정품은 이미 많은 곳에서 갖가지의 문제를 야기시켰다. 빌딩, 다리, 토목현장 등에서 일어나는 사고 현장에 종종 만나는 철강재의 부실은 안전맹(盲) 의식 때문이다.

중국 후난성 펑황현의 강을 가로 지르는 길이 320m, 높이 42m의 디시돤(堤溪段)대교는 완공을 눈앞에 두고 붕괴됐다. 이 사고로 최소 41명이 사망했다. 붕괴원인은 자재의 품질 결함이었다. 당시 중국 최고지도자 후진타오는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지만 석재로 300여 미터나 되는 다리를 건설한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중국에서는 철근 대신 대나무로 골조공사를 한 아파트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허베이성내에서 건설 중인 아파트 건설 현장 8곳 중 5곳에서 아파트 외벽에 들어가는 철근 대신 대나무를 섞어서 이용했으며 재료비를 아끼려고 저질 콘크리트와 벽돌을 썼다는 것이다. 아파트에 골조로 쓰인 대나무를 손으로 구부리자 부러질 정도로 약했다고 한다.

선진국에서도 구조물 붕괴사고가 빈번하다. 2007년 8월 1일 저녁, 미국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의 I-35W(Interstate 35W) 다리가 붕괴돼 3명이 사망했다.이 다리는 1967년에 트러스 공법으로 만들어진 40년 된 노후다리였다.

왕복 8차선의 이 다리가 붕괴된 후 기술문제인가 부품의 잘못인가 하는 보도는 이상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불량 철강재가 원인일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수년전, 세종시와 대덕테크노 밸리를 연결하는 도로공사 현장에서 교각 위에 상판 빔을 설치하던 중 상판 중간 부분이 V자로 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길이 50m 무게 70톤의 상판 빔을 300~500톤 크레인 4대를 이용해 교각 위로 인양 작업을 하던 중 일어났다.

레미콘 타설량 부족이나 불량철근 내지는 철근 투입량이 적을 수도 있었을 것이며 겨울철 작업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지만 또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힌 언론사는 한곳도 없다. 안전 불감증이 일상화 된 듯하다.

유럽의 레마겐 다리는 대량의 폭탄을 맞고도 멀쩡하다. 튼튼한 철강재가 안전맹들에게 던지는 교훈이다. 설계자, 시공업체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 등을 외면하는 안전맹들의 이야기는 그치지 않는다. 불량철근 좀 쓴다고 아파트와 빌딩이 당장 무너진다는 법은 없다. 아연 함량이 낮은 강판을 사용한 자동차가 운행 중에 갑자기 주저앉으라는 법도 없다. 철강은 기본을 지키는 보호막이다. 안전맹에서 눈을 떠야 우리의 삶은 행복하다.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