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친박 CEO 물갈이' 속도내나?

하종민 기자
입력일 2017-08-17 19:06 수정일 2017-08-17 19:06 발행일 2017-08-1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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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대표적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로 꼽히던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7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권 교체에 따른 대규모 물갈이 인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취임해 2019년 9월까지 아직 2년이나 임기가 남아 있던 정찬우 이사장이 사퇴함에 따라 금융권은 물론 공공기관의 CEO들 가운데 임기가 1년 여 남은 인사들도 자천타천 교체 대상 물망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 이사장은 이날 오후 임원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표명한 뒤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직원들에게 보냈다. 이 글에서 정 사장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게 평소 소신”이라며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 이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정 이사장이 후임자 선출을 위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겠다고 금융위원회에 통보한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정 이사장은 2013년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거래소 이사장으로 일해 왔다. 이사장 임명 전 부터 내정설이 퍼져 한 때 ‘낙하산’ 논란에 휩쌓이기도 했다.

결국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권 교체기를 맞자, 정 이사장은 금융위 시절 최순실 씨의 청와대 인사 청탁에 따라 KEB 하나은행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특검 조사도 받았고 올 6월에는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로부터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거래소 이사장은 관련법에 따라 공개모집과 추천위의 추천을 거쳐 증권사 등 30여개사 대표가 참여하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도록 되어 있다. 최종 결정까지 두 달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 새정부 추천 인사들도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여 정권 교체기 때 마다 반복되는 낙하산 논란이 이번에도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거래소 후임 이사장 후보로 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김재준 현 코스닥시장위원장 등이 이미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이사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이를 계기로 이른바 친박계 인사를 비롯해 금융권의 인사 물갈이가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확산될 조짐이다. 전임 최종구 행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옮기면서 공석이 된 수출입은행장, 현재 인선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수협은행장, 그리고 서울보증보험 사장 등 이미 금융권에서 공석인 자리가 적지 않다.

하종민 기자 aidenh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