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취임해 2019년 9월까지 아직 2년이나 임기가 남아 있던 정찬우 이사장이 사퇴함에 따라 금융권은 물론 공공기관의 CEO들 가운데 임기가 1년 여 남은 인사들도 자천타천 교체 대상 물망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 이사장은 이날 오후 임원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표명한 뒤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직원들에게 보냈다. 이 글에서 정 사장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게 평소 소신”이라며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 이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정 이사장이 후임자 선출을 위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겠다고 금융위원회에 통보한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정 이사장은 2013년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거래소 이사장으로 일해 왔다. 이사장 임명 전 부터 내정설이 퍼져 한 때 ‘낙하산’ 논란에 휩쌓이기도 했다.
결국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권 교체기를 맞자, 정 이사장은 금융위 시절 최순실 씨의 청와대 인사 청탁에 따라 KEB 하나은행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특검 조사도 받았고 올 6월에는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로부터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거래소 이사장은 관련법에 따라 공개모집과 추천위의 추천을 거쳐 증권사 등 30여개사 대표가 참여하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도록 되어 있다. 최종 결정까지 두 달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 새정부 추천 인사들도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여 정권 교체기 때 마다 반복되는 낙하산 논란이 이번에도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거래소 후임 이사장 후보로 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김재준 현 코스닥시장위원장 등이 이미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이사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이를 계기로 이른바 친박계 인사를 비롯해 금융권의 인사 물갈이가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확산될 조짐이다. 전임 최종구 행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옮기면서 공석이 된 수출입은행장, 현재 인선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수협은행장, 그리고 서울보증보험 사장 등 이미 금융권에서 공석인 자리가 적지 않다.
하종민 기자 aidenh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