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2인자를 두려워 말라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입력일 2017-08-17 15:14 수정일 2017-08-17 15:15 발행일 2017-08-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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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컨설턴트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경영컨설턴트는 직업상 최고경영자(CEO)들과 개별적으로 다양하고 속 깊은 경영 이야기를 나눈다.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경영전문가라는 점에서 공인회계사와 같다. 하지만 공인회계사의 작업은 결과적이고 정태적이다. 반면에 경영컨설턴트는 과정을 함께하고 동태적이다.

경영컨설턴트는 자금 동원전략에서부터 판매유통경로에 이르기까지 경영자들의 다양한 속사정과 경영전략을 경청하며 문답한다. 그래서 의사결정을 돕는다. 그 중에서도 제일 비중 있고 결정적인 것이 ‘사람문제’다.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걸맞은 사람 충원과 배치가 CEO의 최대 관심사다. 그야말로 기업(企業)이란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사람의 결합체라고 할 수 있다. 기(企)란 한문도 풀어 쓰면 사람(人)이 머무는(止)곳이 아닌가. 영어 단어 ‘company’나 ‘corporation’의 ‘com’과 ‘co’도 사람과 함께 한다는 뜻이다. 그런 맥락에서 한자어와 신기하게 통한다.

기업이란 우선 주주와 함께한다. 또 고객과 함께해야 하고 협력회사 파트너와 함께한다. 그리고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CEO는 임직원이란 ‘사람’과 함께한다. 그러나 현실은 영 딴판일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보다 노예를 선호하는 CEO가 의외로 많다. 변변한 중역 하나 없어 자기 혼자 고생만 한다는 푸념을 순진하게 해석한 후 훌륭한 인재를 소개해 준 경험이 많았다. 그런데 번번이 이 핑계 저 핑계로 퇴짜를 맞았다. 그런 CEO들에게는 능력 있고 경우 바른 중역이 거북한 것을 깨달았다.

짓밟고 모멸감을 주어도 꼬리 내리고 구박을 받아들이는 임직원, ‘노예’를 질타하는 그 맛에 사는 용렬한 CEO인 것이다. 당연히 그런 기업이 번창할 리 없다. 그런 기업은 하루 빨리 망하도록 돕는 게(?) 현명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인자는 없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뒤로는 비밀(?)리에 자격도 안되는 엉뚱한 ‘상궁’과 함께하던 전직 대통령도 있다. 나라도 어렵게 하고 그들 자신들도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큰 교훈이 아닌가.

진정한 리더는 노예가 아닌 훌륭한 이인자, 파트너와 함께한다. 그런 기업이 당연히 성공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런 리더가 소수다. 그래서 성공하는 기업과 조직이 소수인 모양이다.

중국 한나라 고조 유방은 자기보다 훌륭한 이인자들 장량, 한신, 소하를 두어 천하를 얻는데 성공했다. 미국 대기업 중역출신 데이빗 히넌 교수와 경영컨설턴트 워렌 베니스도 지적했다. 일인자보다 이인자, 파트너들이 결코 능력이 부족하지 않다. 자발적이고 전문적이며 뛰어난 능력 면에서 오히려 일인자를 능가했던 이들도 많다.

중국 혁명의 지도자 마오쩌둥을 위해 미련 없이 선배 서열이면서도 주연자리를 내 준 저우언라이도 훌륭한 인물이다. 지식인 저우언라이는 탁월한 식견으로 국내외 문제를 슬기롭게 대처하는 능력이 있었다. 영어, 러시아어, 프랑스어와 일본어에도 능통했으며 시대를 조망하는데도 뛰어났다. 역사적으로 또 현대에서도 천재들은 매우 협조적인 인물들이다. 요컨대 ‘우리는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파트너와는 할 수 있다’는 사실을 CEO는 현실로 구현해내는 리더다.

이해익 경영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