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100세 인류, 축배의 조건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입력일 2017-08-16 15:53 수정일 2017-08-16 15:56 발행일 2017-08-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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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100세시대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유엔(UN)이 ‘세계인구고령화’ 보고서에서 100세 장수가 보편화된 시대의 인간을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로 명명했다. 평균수명이 80세를 넘는 국가가 2000년에는 6개국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31개국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를 호모 헌드레드 시대로 정의했다. 우리도 2020년이면 최빈 사망연령의 90세 진입이 확실시되어 100세 시대가 본격 도래한다. 그러면 장수는 축복인가 재앙인가? 

평균수명이 짧았던 과거에는 분명히 축복이었지만, 장수가 현실화되면서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오죽하면 노후파산에 장수리스크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장수리스크’는 당초 예상보다 실제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예상 은퇴기간보다 실제 은퇴기간이 더 길어져서, 즉 오래 살아서 생기는 위험부담을 말한다. 여기에 소위 노인의 ‘4고(四苦)’인 병고(病苦), 빈고(貧苦), 고독고(孤獨苦), 무위고(無爲苦)가 장수와 만나게 되면 최악의 노후가 된다.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4가지 장수 리스크와 그 대비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병을 앓으면서 오래 사는 ‘유병장수(有病長壽)’다. 평균수명은 늘었지만 온전히 건강하게 살지 못하고 마지막 10여 년간은 통상 앓는다고 한다. 생애의료비 중 65세 이후에 발생하는 의료비의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므으로 노후에 건강관리는 1순위가 아니라 영순위이다.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며, 실손의료 보험과 간병비 보장 보험 등으로 만약을 대비한다.

둘째, 돈 없이 오래 사는 ‘무전장수(無錢長壽)’다. 은퇴 후에는 수입을 늘리기보다 지출을 줄여야 한다. 생활규모를 분수에 맞게 줄이는 ‘다운사이징’이 해답이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3층탑에, 주택연금 그리고 근로소득인 5층탑까지 쌓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한다. 5층탑인 근로소득을 위해서는 자기자신의 인적자본에 투자해 적은 금액이라도 평생 직업을 준비한다. 100세 시대를 고려하면 평생 직업은 지금 시작하여 준비해도 결코 늦지 않다.

셋째, 배우자나 친지 없이 오래 사는 ‘독거장수(獨居長壽)’다. 고령자의 1인가구가 날로 증가추세이다. 고독사가 빈발하고 가족관계가 붕괴되는 무연사회로 치닫고 있다. 노년의 외로움은 우울증으로 연결된다. 가정은 자녀중심에서 부부중심으로 전환하고, 배우자와 자녀와의 유대를 강화한다. 친구관계를 돈독히 하고, 나중에 홀로 남는 배우자의 노후까지도 고려한다.

넷째, 일 없이 오래 사는 ‘무업장수(無業長壽)’다. 노년기가 되면 가정이나 사회에서의 역할상실로 자아존중감이나 정체감이 약해진다. 노후 삶에 대한 의욕도 상실하고 고독감과 무기력증에 빠지기 쉬우므로 후반기 삶의 목표를 재설정한다. 여가활동, 봉사활동과 평생학습은 고령자의 생필품이다. 본인만의 재능과 취미활동을 통한 평생현역은 최고의 노후대책이다.

장수가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젊어서부터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준비만 잘한다면 100세 장수는 축복이 될 수 있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