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인터넷 대부' 버너스 리의 교훈

문송천 카이스트 및 아일랜드국립대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일 2017-08-03 15:19 수정일 2017-08-03 15:20 발행일 2017-08-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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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천 카이스트 및 아일랜드국립대 경영대학원 교수

인터넷이 출현한 후 초기 20년 동안 인터넷은 주로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다. 사용법이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1990년대 초 인터넷은 전산 실력자가 아니면 거의 사용이 불가능했다. 그러던 인터넷 사용법을 단숨에 쉽게 만들어 놓은 이는 영국 옥스퍼드대학 물리학과 출신의 ‘팀 버너스 리’다.

이제 막 환갑을 넘긴 그는 올해 IT계의 노벨상으로 일컫는 튜링 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그가 웹이라는 인터넷상의 작고 큰 거처를 만드는 방법을 제안하게 된 배경은 빅데이터 프로젝트에 관여했을 때다. 1980년대 중반, 유럽핵물리입자 연구소에서 수행하는 빅데이터 수집 및 분석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그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코딩 작업을 수행하는 400명 간의 의사소통 및 교신방식을 구상하게 됐다.

이전의 사고방식으로는 수백명이 매일 아침 출근해 회의실에 모여 개발 진척 상황과 애로사항을 발표하며 점검하는 순서를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팀 버너스 리는 색다른 발상을 했다. 인터넷 상에 각자 자신의 방을 만들어놓고 프로젝트 팀원들이 동료의 웹방에 들어가서 관심 정보를 보고 나오면 된다는 생각을 떠올린 것이다.

이렇듯 회의를 대체하는 기술 혹은 회의로 인한 시간 낭비를 줄이고자 한 것이 웹의 취지였다. 이 방식을 실현한 기술을 ‘월드 와이드 웹’이라고 발표하자마자 세계 만인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기술 무상제공 계획까지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세상 사람들은 이런 그의 선행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여태껏 지내오고 있으나 그의 공로는 실로 중대한 것이었다.

만약 그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인터넷은 아마도 지금까지 일반인들이 쓸 수 있는 도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기술을 무상제공키로 공표하고 난 후 혜택을 본 첫 기업은 넷스케이프다.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구글,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 아마존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사실상 팀 버너스 리 개인 단독의 공로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 사람이 요즘 화두가 되는 인더스트리(Industry) 4.0의 기초를 닦는 데 공헌했다고 일컫는다면 믿어지지 않을 일이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특히 영국인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세계 최초로 1944년에 컴퓨터를, 이어 웹을 창안했으며 알파고를 제 손으로 직접 만들어낸 국가이거늘 왜 영국에는 구글 같은 기업이 하나도 생기지 않았냐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이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기초 토양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다. 기초토양이 척박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영국은 미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은 정부 주도로 1940년대 초부터 1960년대 말까지 소프트웨어 산업에 꾸준히 투자했다. 그 결과 전세계에서 유아독존으로 소프트웨어 기초토양을 잘 일궈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어느 국가라도 30년이라는 오랜 기간에 걸친 지속적 투자 없이는 소프트웨어를 할 생각을 버리라는 교훈을 배워야 한다. 우리도 구글같은 기업의 위용에 탄복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최소 30년 간 지속적으로 투자해 나갈 계획부터 짜는 단계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문송천 카이스트 및 아일랜드국립대 경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