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어느 CEO의 안타까운 죽음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입력일 2017-08-02 15:59 수정일 2017-08-02 16:00 발행일 2017-08-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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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최근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CEO의 타계 소식에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허와 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가맹본사의 ‘갑질’ 사건들과는 달리 경영난에 봉착한 가맹본사의 현실을 보여 준 사건으로, 우리 프랜차이즈산업 전반의 문제점을 노출시킨 계기가 됐다. 아울러 한 CEO의 성공신화가 결국 비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은 많은 예비 창업가들에게도 허탈감을 안겨줬다.

1960년대 초, IBM의 최고경영자였던 톰 왓슨 주니어는 회사에 1000만 달러의 손실을 입힌 한 임원을 불러놓고 “왜 불렀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해고를 예감한 듯 그는 “해고하시려고…”라고 답했다. 하지만 톰 왓슨은 “내가 당신을 가르치려고 1000만 달러나 썼는데 왜 당신을 해고하겠소?”라며 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다. 누구나 실패할 수 있고, 실패로부터의 교훈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는 에피소드다.

안타까운 현실은 21세기 경영환경이 대부분 ‘성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한 개그맨의 유행어처럼 우리 모두 성공한 CEO, 성공한 기업에만 몰두했던 것은 아닐까? 혹은 스타벅스의 성공신화에만 매달려 벤치마킹하다 한 순간에 ‘팝업기업’처럼 사라진 것은 아닐까.

1990년대부터 시작된 기업들의 경영혁신 물결은 벤치마킹, 지식경영, 리엔지니어링 등 새로운 시장 창출보다는 ‘레드오션’에서의 무한경쟁을 강요했다. 기업들은 궁극적으로 ‘지속가능경영’이라는 ‘서바이벌 킷’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레드오션’, ‘블루오션’ 이론을 세계에 알린 프랑스 INSEAD대학의 김위찬 교수는 “현실적으로 모든 기업이 블루오션에서만 헤엄칠 수 없고, 레드오션을 무조건 피할 수만은 없다”고 했다. 그가 성공한 CEO들을 인터뷰해 얻은 성공의 덕목은 ‘멘탈모델’이었다. 머릿속에 깊이 박혀있는 멘탈 알고리즘과도 같은 것으로, 기업가들의 잠재의식 속에 존재하며 때로는 의사결정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견고한 멘탈모델을 가진 CEO는 위기에서도 이성적이며, 치열한 경쟁상황에서도 난관을 이겨낼 역량을 갖는다고 한다.

반면에 경영전략 컨설턴트인 춘카무이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실패한 CEO들의 공통점은 놀랍게도 남들보다 발 빠르게 ‘실행’에 옮겼다는 점이다. 빠른 실행(quick implementation)이 기업가들의 필수 덕목처럼 자리 잡은 상황에서 그의 주장은 생소하기만 하다.

하지만 많은 CEO들이 기존의 전략과 실행을 별개라 생각하고 빠른 실행을 위해 체계적인 의사결정을 못하게 되면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해 기업의 실패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경영자는 항시 멘탈모델로 무장해야 한다는 얘기다.

“브랜드를 만들어 전략을 짜는 작업에 신중을 기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하면 세부 그림을 그리기보다 실행에 옮겨야 한다.” 최근 타계한 커피브랜드 CEO의 2011년 인터뷰 내용이다. 고인이 발 빠른 실행을 더 강조하게 된 것은 회사의 빠른 성장과 이익창출, 1등만을 기억하는 최고 수준의 브랜드 등 우리가 처한 21세기 경영환경이 빚어 낸 피할 수 없는 강박관념 때문은 아니었을까.

1등 기업이 되기보다는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는 것이 어쩌면 오늘날 우리 기업들과 CEO들이 이뤄내야 할 숙제일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