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오른손 하는 일 왼손이 몰라서야

김우일 대우M&A 대표
입력일 2017-07-24 14:00 수정일 2017-07-24 15:55 발행일 2017-07-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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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일 대우M&A 대표
김우일 대우M&A 대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인 문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채용특혜의혹 제보 조작사건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조작사건의 핵심인물인 국민의 당 당원 두 사람이 구속되었다. 한 사람은 최고위원을 지냈고 또 한사람은 평당원이지만 최고위직층의 측근인사인 만큼 비중이 가볍지 않다.

국민의 당은 재빨리 당사자가 공명심에 어두워 저지른 단독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국회의원 40여명을 거느리고 대권 경쟁을 했던 제3당이 개인이 조작한 녹취록을 아무 검증없이 수용해 대국민발표를 했다는 점은 누가 보더라도 비난받을 만한 일이다.

눈앞에 다가온 대권의 욕심에 눈이 가려 정의, 진실, 공익을 한 순간에 짓밟아버린 셈이다.

여당 대표는 이번 사건이 한 사람의 단독범행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고 국민의 당이 ‘머리자르기’와 ‘꼬리자르기’로 이 사건을 덮으려 하고있다고 맹공을 펼치고 있다.

필자(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사건의 진행과정을 보면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하라”는 속담이 떠올랐다.

이 속담은 두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아는 대로 선행은 남에게 알려지지않게 조용히 하는 것이 도리라는 뜻이라면, 두번째는 이번 사건처럼 악행이 나중 문제가 될 때를 대비해 비밀을 유지하라는 뜻이 될 수도 있다. .

생리학적으로 보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를 수가 없다. 인간의 오른손과 왼손은 뇌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오른손이 무엇을 하는 지 왼손이 모른다면 그것은 뇌의 기능이 마비됐다는 뜻이며, 이는 생명이 끊어진 것과 진배없다.

필자는 몇 해전 대기업을 경영진단한 적이 있었는데 이 기업의 경영의사결정과 프로세스에 커다란 오류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대표가 내린 경영집행과정이 대표 본인만 총합적으로 파악하고 실무담당자는 자기가 맡은 일 외에는 전혀 모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프로젝트는 영업, 자금, 회계, 생산, 법규파트들이 분야별 검토를 거쳐 종합전체그림으로 결정되는데 각 분야별 담당은 자신이 맡은 소임 외에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영업은 팔기만 팔았지 그 원가를 몰랐고, 자금은 돈만 조달했지 이 돈이 어디에 쓰여지는지 몰랐고, 생산은 만들어만 냈지 소비자의 니즈를 몰랐고, 회계는 숫자만 합산했지 그 의미를 몰랐고, 법규는 법 위반만 알지 그 원인에 대해서는 모른 이른바 맹인의 코끼리 만지기와 다름없었다.

결국 프로젝트의 유기적소통이 이루어지지않으면서 한 쪽의 큰 실수가 전체 프로젝트를 망가뜨렸고, 이 기업은 결국 도산하게 되었다. 바로 옆의 부서에 불이 난 것도 모르고 자기 일만 집중한 셈이었다.

정당, 기업을 막론하고 모든 조직은 사람의 신체와 똑같은 기능과 시스템을 가진다.

조직을 경영하는 데 있어서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아야’ 한다.

선행은 남들에게 감추고 모르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좋은 일을 알려 파급력을 높이는 것이 조직에 더 좋은 영향을 끼친다. 왼손이 오른손의 선행을 알면 따라하게 되는 법이다.

악행은 꼬리자르기로 수습을 할 수 있지만 이는 잘못된 관행이 익숙해져 결과적으로 조직에 더 나쁜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조직의 각 부문이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야 말로 성공하는 조직의 기본이다. 국민의 당이 이런 조직 운영의 원리를 제대로 따랐다면 이런 우스꽝스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김우일 대우M&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