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시베리아 향해 철마는 달리고 싶다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입력일 2017-07-23 16:04 수정일 2017-07-23 16:06 발행일 2017-07-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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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동국제강 상무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아인슈타인은 여행을 할 때마다 3등 열차를 이용했다. “3등차 안에서는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즐거운 여행을 한다. 2등차를 이용하면 그런 좋은 사람들을 잃어버리거든….” 그 이유 속에는 삶의 여유가 담겼다. 그리고 열차 안의 서민들은 기차가 종착역에 닿을 때까지 밀가루 값 타령뿐이다. 서민들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TSR)는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9288㎞를 7박 8일간 쉬지 않고 달린다. 단일 철도 시스템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이자 북유럽과 동유럽, 서유럽 그리고 동아시아를 잇는 세계 최대의 물류 동맥이다. 전제군주 니콜라이 2세가 TSR를 완공시키자 잠자는 땅 시베리아는 눈을 번쩍 떴다. 모피 생산이 크게 늘어났고, 철로를 따라 농민의 유입이 촉진됐으며 각종 광산이 속속 개발됐다.

길을 만든 것은 철로이다. 그러나 그 철로를 만든 철강 산업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은 드물다. 동토의 시베리아에 봄이 오는 소리를 만들어낸 원동력이 바로 철강 산업이라는 사실을 굳이 들먹이는 것은 애석하게도 동북아의 끝자락에 붙어 있는 한국과 일본이 아직도 연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길이 이어지면 새로운 경제효과가 엄청 날 것인데….

세계 최대의 철도대국은 미국이다. 그 중심축은 센트럴 퍼시픽과 유니온 퍼시픽을 연결한 대륙횡단철도이다. 미국 서부로 몰려드는 골드러시의 행렬을 고민하던 위정자들에게 대륙횡단철도 건설은 일석이조의 선택이었다. 국토개발도 하고, 인구 분산도 하고. 그 덕택에 서쪽의 모래 벌이었던 캘리포니아는 미국의 31번째 주가 됐고,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는 금시발복의 행운을 안았다. 청바지가 등장했고 차이나타운도 탄생됐다.

“강을 오가는 증기선이 철교 기둥에 부딪혔다고 가정합시다. 연철이라면 휘는 것으로 끝나지만 주철은 부러져서 다리가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카네기의 ‘두뷔크 철교’ 건설 수주 후일담이다. 그는 이처럼 철강 신기술에 사활을 건 인물이며, 철도 산업에 큰 영향을 끼쳤다.

철도산업의 핵심은 레일이다. 변화무쌍한 날씨에 상관없이 육중한 기관차를 안정적으로 떠받칠 수 있는 강한 레일은 막강한 카네기 제철과 같은 철강 기업이 자국에 포진하기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세계 최초의 열차 ‘로코모션호’는 시속 16㎞였다. 지금 고속 열차는 시속 300㎞ 이상을 달리고도 남는다. 이음새 없는 레일의 덕택이다. 미국(1830), 프랑스(1832), 독일(1835), 러시아(1837)의 철도역사는 200년에 가깝다. 아프리카의 소국 기니가 1848년에 일찌감치 철도를 갖게 된 것은 경이롭다. 중국은 1883년, 한국은 일제에 의해 1899년에야 철도가 부설됐다. 우리의 철도산업도 이제는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그 중심에 있는 국내 철강 산업도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함은 당연한 필요조건이다. 북한을 가로질러 시베리아까지 연결하는 철로의 건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데 언제 마침표를 찍을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