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12억가지 '맞춤 샴푸'의 기적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입력일 2017-07-19 16:20 수정일 2017-07-19 16:23 발행일 2017-07-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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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컨설턴트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미국 스타트업 펑션오브뷰티(Function of Beauty)는 샴푸와 컨디셔너를 만들어 파는 회사다. 2015년말에 창업했다. 마트에 가면 널린게 샴푸다. 신생기업이 들어서기 힘든 레드 오션이다. 하지만 펑션오브뷰티는 실리콘 밸리 최대 인큐베이터 Y콤비네이터 등에서 1200만 달러(약 137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회사의 가치는 1억1000만 달러에 달한다.

품질도 품질이지만 용기 크기부터 들어가는 재료, 기능, 향기까지 전부 내가 고른 ‘나만의 샴푸’를 만들어 고객에게 배달해 주는 회사다.

회사 홈페이지에서 내 모발이 직모인지, 곱슬인지, 건성인지, 지성인지, 굵기는 어떤지 등 질문에 답한다. 그런뒤 볼륨감, 탈모방지 등 17가지 기능 중 원하는 5가지를 고른다. 향기의 종류와 강도도 물론 내가 선택한다. 주문하면 내가 붙인 샴푸이름이 인쇄된 제품이 배달된다. 효과가 없으면 30일 이내 재조합을 신청하면 된다. 이 모든 과정이 무료다. 하나하나 맞춤형이기 때문에 모발특징, 기능, 색상, 향기 등을 모두 조합해 만들 수 있는 샴푸 종류는 12억개다.

이 회사 창업자들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그들은 고객응답을 가지고 최적의 샴푸 재료와 양을 배합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세분화한 모발특징에 따라 딱 맞는 재료를 조합한 공학적 발상으로 기존 뷰티시장에 접근한 것이다. 그것이 성공의 비결인 셈이다.

개성화(Personality)란 시대정신을 정확히 뚫은 것이다. 소비자의 입맛이 까다로워졌다.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을 아는게 중요하다.

바로 ‘팬츠(PANTS)현상’이 그것이다. 퍼스낼리티, 어뮤즈먼트(Amusement),내추럴리즘(Naturalism), 트랜서-보더(Trans-Border) 그리고 서비스-베이스(Service-Based)의 이니셜이다.

Personality. 소비자는 개성화하고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은 티셔츠에 진바지를 입고 출근한다. 우유와 오렌지주스 대신 자기만의 음료를 선택한다.

Amusement. 실용성보다 즐거움을 추구한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흥겨운 음악을 들으면서 일하고 공부한다.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세상이다.

Naturalism. 자연주의를 추구한다. 나일론 등 합성의류를 버리고 면과 실크를 사랑한다. 비닐장판도 어느덧 천연 오크나 체리나무 패널로 바뀌었다.

Trans-Border. 경계가 허물어졌다. 국경이 무너져 글로벌 경제라고 한다. 자본, 사람, 소비행태에 국경이 거의 없어졌다. 특히 파리 패션이나 밀라노 패션이 그날로 서울과 뉴욕을 범람한다. 노년의 신사가 빨간 넥타이를 맨다. 나이 경계도 없어졌다. 성별 구분도 없어졌다.

Service-Based. 제품보다 서비스가 중요해졌다. 같은 값이면 아니 조금 비싸도 애프터서비스가 좋아야 잘 팔린다. 현대기아차가 수입차를 이길 수 있는 비결이 여기 있다. 디자인과 애프터서비스 말이다. 그런데 부응치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계속 수입차에 밀리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이 대량생산 대량소비라는 산업사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이제 고객 니즈(Needs)보다 고객 소망을 찾아야 할 때다.

이해익 경영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