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결혼만 하면 아이는 낳는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입력일 2017-07-17 15:56 수정일 2017-07-17 15:57 발행일 2017-07-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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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결혼장벽이 높아졌다. 구조적인 경기침체 탓이다. 어떤 현상이든 기저엔 돈 문제가 똬리를 틀고 있다. 청년근로자 2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라 불확실성이 높다. 정규직이라고 안정적이라 여기면 오산이다. 구조조정은 상시적이다. 먹고 살기 힘들다 보니 맞벌이는 필수가 되고, 결혼시장에서 경제능력은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 되고 있다. 얼굴보다 재력이 먼저다.

이대로라면 결혼은 미뤄지고 포기될 수밖에 없다. 결혼을 안하는 것은 개인차원에선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지만 국가 전체로는 꽤 비효율적인 문제다. 출산율의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주지하듯 출산율을 늘리는 것은 국가적인 과제다. 우리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 10년간 100조원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출산율은 더 낮아졌다. 2016년엔 1.17명까지 떨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출산율 제고를 위해 시급한 건 결혼장벽의 해체다.

출산의 전제는 결혼이다. 적어도 한국에선 결혼해야 출산이 허용(?)된다. 반면 동거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혼외(婚外)출산은 금기에 가깝다. 법률적인 보호망에서도 제외된다. 혼외자 비율이 높은 프랑스와 같은 동거문화는 거론조차 힘들다.

그러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혼장벽을 낮추는 작업이다. 그래야 ‘결혼→출산→양육’의 흐름이 완성된다.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례로 일본의 경우 기혼부부의 출산율을 알려주는 부부완결출생아수가 2010년 1.96명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해 합계출산율(1.39명)보다 월등히 높다. 일본의 사례는 결혼이 출산을 늘린다는 중대한 힌트를 알려준다.

한국에선 기혼부부의 출산율을 알려주는 통계조차 찾을 수 없다. 유사통계는 있는데 서울거주 3040세대 기혼여성의 평균자녀가 2013년 1.6명으로 조사된 바 있다. 합계출산율 1 이하로 젊은 부부가 살기 빡빡하기로 유명한 서울의 통계임을 감안하면 결혼이 출산으로 이어진다는 논리에 설득력을 높여준다.

청년은 바보가 아니다. 결혼을 ‘미친 짓’으로 규정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들은 결혼결심에 따른 비용과 편익을 현명하게 비교한다. 사랑과 같은 무형의 편익까지 넣어 비용보다 남는 장사일 때 결혼을 택한다. 그런데 요즘은 이게 깨졌다. 급속도로 불어난 결혼비용의 무게 탓이다. 그래서 미루다가(晩婚) 포기하는(非婚) 쪽을 택한다. 돈 드는 본능을 유지하는 대신 초식남과 건어물녀처럼 중성화되는 게 속편한 시대다. 사회건강을 위협하는 인구단절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결혼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청년세대가 기성사회에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복수수단이다. 당장 조짐이 엿보인다. 독립포기가 그렇다. 독립생활은 고비용이다. 특히 거주비용이 부담된다. 살림살이를 줄인들 기본생활비는 줄이기 힘들다. 집 나가면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개고생’인 걸 뼈저리게 느낀다. 그래서 부모슬하를 벗어나지 않으려 애쓴다. 둥지를 떠날지언정 금방 되돌아온다. 연어족이자 캥거루족의 출현이다. 이때 비용은 부모와 사회 몫이다. 결국 결혼장벽을 낮춰야 부모도 살고, 사회도 건강해진다는 얘기다. 그 첫걸음이 뭔지, 정부도, 부모도 곰곰이 되씹어볼 일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